3월 중순 밤하늘, 지구 그림자가 달을 집어삼키다…올해 유일 개기월식 곧 펼쳐진다
3월 중순 밤하늘, 지구 그림자가 달을 집어삼키다…올해 유일 개기월식 곧 펼쳐진다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3월 중순, 밤하늘에서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서서히 뒤덮는 장관이 펼쳐질 예정이다. 고대 로마력이 “이드(Ides)를 맞이할 때”라고 표현하듯, 이번에도 달이 지구의 그늘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예고돼 천문 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3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에 걸쳐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빠르고 위험 요소가 큰 개기일식과 달리, 개기월식은 밤시간대에 이뤄져 천천히 진행되며 맨눈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관측 장비 없이도 15분 간격으로 밖에 나가 달의 변화를 살펴봐도 되고, 놓치는 순간이 거의 없을 만큼 진행이 여유롭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번 월식은 북아메리카 대부분 지역과 남아메리카 상당 부분에서 전 구간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식의 여러 단계별 시간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이 현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달은 약 27일 주기로 지구를 한 바퀴 돈다. 우리가 달의 위상을 초승달, 반달, 보름달로 구분하는 것은 태양과 달, 그리고 지구가 이루는 각도에 따라 달 표면의 밝아진 부분이 얼마나 보이는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달이 해와 지구 사이에 있으면(합삭), 우리는 달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어 달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달이 태양과 정반대 위치에 있으면 달의 밝은 면이 전부 보이는 만월 상태가 된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러한 달의 위상 변화는 지구 그림자와 직접 관련되진 않는다. 하지만 지구 그림자는 월식이 발생하는 이유가 된다. 태양으로부터 벗어난 반대쪽 공간에 지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 이와 반대편에 달이 위치해야 월식이 일어나므로 개기월식은 보름달일 때만 가능하다. 달이 지구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면서 월식의 여러 단계가 이어지는 식이다.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달 위에서 지구와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우연히도 이번 월식을 달에서 관찰할 수 있는 탐사선이 두 기 가량 있다고 전해진다. 달에서 보면, 지구가 서서히 태양 면을 가리는 모습이 먼저 나타난다. 처음에는 극히 작은 부분만 가려져 밝기 감소가 미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구가 태양을 점점 더 가려 달 표면으로 들어오는 빛은 계속 줄어든다. 이때 달 위 관측자는 ‘완전한 그림자’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구가 태양의 일부만 차단하기 때문에 여전히 약간의 빛이 들어오고 있는데, 이를 반그림자(펜움브라·penumbra) 영역이라고 부른다. 이는 라틴어로 ‘거의 그림자’라는 뜻을 지닌 말이다. 약 1시간이 지나면 지구가 태양을 완전히 가려, 더 이상 직사광선이 달에 도달하지 않는다. 이 때 달은 본그림자(엄브라·umbra)라 불리는 가장 깊은 어둠에 들어선다. 그 뒤 시간이 흐르고 지구가 태양의 면을 빠져나가면, 달은 다시 반그림자 구역으로 돌아오면서 부분적으로 빛을 회복한다. 결국 지구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월식은 종료된다.

그러면 지구에서 볼 때는 어떨까. 평소 해가 있는 쪽과 반대편 하늘을 볼 때, 지구 그림자는 실제로 눈에 띄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그림자가 ‘빈 공간’에 투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그림자를 상상한다면, 하늘에 두 개의 동심원(同心圓)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바깥쪽 큰 원이 반그림자, 그 안쪽 작은 원이 본그림자다. 달이 반그림자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실제로 어두워지긴 하지만, 처음엔 그 차이가 미미해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달이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면 밝기가 눈에 띄게 낮아진다. 그러다 달의 앞쪽 가장자리(달이 이동하는 방향, 하늘에서는 대체로 동쪽 방향)가 본그림자와 접촉하는 순간부터 달 표면 일부가 극적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달이 본그림자 안으로 깊숙이 이동할수록 그 어두워진 영역이 계속 넓어지며, 어느 순간 달의 절반 이상이 가려져 초승달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결국 달 전체가 본그림자에 휩싸이면 개기 구간으로 들어가며, 이 시점에서 달의 빛은 거의 완전히 사라져 하늘 속에서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가 된다.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과정을 몇 가지 단계로 구분해 부른다. 첫 번째 접촉은 달의 선두 가장자리가 반그림자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때다. 두 번째 접촉은 달이 본그림자에 들어가며 부분일식이 시작되는 시점, 세 번째 접촉은 달이 전부 본그림자에 들어가는 개기 상태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네 번째 접촉은 달이 본그림자를 빠져나오기 시작해 개기 상태가 끝나는 시점, 다섯 번째 접촉은 달 전부가 본그림자 밖으로 나오는 때다. 마지막으로 여섯 번째 접촉은 달이 반그림자까지 완전히 벗어나 월식이 종료되는 순간이다. 개기 상태가 되면, 지구에서 봤을 때 달은 단순한 암흑 상태가 아니라 선명한 ‘핏빛’으로 물든다. 이는 지구 대기의 광학적 특성 때문인데, 푸른빛은 산란되기 쉽지만 붉은빛은 통과하기 쉬운 현상에 기인한다. 해가 수평선에 가까울수록 붉은 빛이 짙어지는 일몰·일출과 같은 원리다. 월식 시 달 표면에 닿는 햇빛은 지구 대기를 두껍게 통과해 들어오기 때문에 달 전체가 불그스름한 빛을 띠게 된다. 다소 기묘하면서도 장관이다. 달이 그림자를 통과하는 시각은 우주 공간에서 일정하므로, 관측 가능한 지역에서는 모든 이들이 동일한 순서로 이 과정을 접하게 된다. 차이점은 지역별 시차뿐이다. 다음은 미국 동부 일광절약시간(EDT)에 기준한 접촉 시각이다.

첫 번째 접촉(반그림자 진입): 오후 11시 57분

두 번째 접촉(본그림자 진입, 부분 시작): 새벽 1시 9분

세 번째 접촉(개기 시작): 새벽 2시 26분

네 번째 접촉(개기 종료): 새벽 3시 32분

다섯 번째 접촉(부분 종료): 새벽 4시 48분

여섯 번째 접촉(반그림자 완전 이탈): 새벽 6시 00분

각 단계는 대략 1시간 조금 넘게 이어지므로, 전 과정이 밤사이 천천히 진행된다. 미국 서부 시간대에 사는 사람이라면 3시간 일찍 시작해 보기가 좀 더 수월하다. 동부 기준으로 전 과정을 관측하려 한다면 다음 날 오후에 잠시 낮잠을 청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밤새 깨어 있어야 할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들인 만큼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달이 점차 그림자에 삼켜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며, 개기 구간 특유의 붉은빛 또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맨눈으로도 충분하지만, 쌍안경을 사용하면 달 표면의 세부 변화를 좀 더 분명히 감상할 수 있다. 한편, 2019년 1월 개기월식 때에는 소행성 한 조각이 달에 충돌해 순간적으로 섬광이 관측된 일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망원경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사람들에게는 깜짝 보너스였다. 물론 동일한 일이 또 일어날 확률은 극히 낮지만, 혹시 모르는 우연의 순간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이번 월식은 올해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이걸 놓치면 2026년까지 기다려야 하며, 그 해 3월 3일에 또 한 번의 개기월식이, 8월 28일에 부분월식이 예정돼 있다. 그러니 하늘이 맑고 늦은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이번에 꼭 한 번 시선을 달에 돌려보길 권한다. 밤하늘 위 붉게 빛나는 달은 꽤나 인상적인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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