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 표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 폭발인 ‘태양 플레어’는 때로 고에너지 플라스마 덩어리인 코로나 물질 분출(CME)과 함께 방출된다. 만약 이 CME가 지구 쪽으로 뻗어나오면 대규모 자기폭풍이 발생해 지상의 전력망과 궤도 위 인공위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태양 플레어 자체도 통신 장애나 인공위성 오작동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현재까지 태양이 언제 플레어를 ‘분출’할지 확실히 예측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플레어가 관측된 직후에는 전력망을 재조정하거나 위성을 피폭으로부터 보호하는 대응책을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관측위성 ‘SDO’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 태양 코로나(태양 대기로부터 솟아오르는 뜨거운 플라스마 고리 구조)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빛 깜빡임이 곧 큰 플레어가 터질 수 있음을 미리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플레어가 발화하고 몇 시간 뒤 CME가 지구를 향해 날아올 가능성도 미리 살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소재 예측과학연구소(Predictive Science)의 헬리오물리학자 에밀리 메이슨 박사와 동료들은 자기장이 활발한 태양 영역에서 50건의 강력한 플레어가 일어난 사례를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루프가 자외선(UV) 빛을 내는 양이 플레어 직전 몇 시간 동안 불규칙하게 변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 내용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미천문학회(AAS) 회의에서 발표했다. 메이슨 박사는 “이 깜빡임 현상을 통해 약 12시간 전 플레어 발생을 예측할 수 있으며, 정확도는 60~80% 정도”라고 설명했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우주물리학자 매튜 오웬스 교수도 “태양 폭풍을 더 일찍 예측하려면 플레어 발생 시점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 가치가 크다”고 평했다. 연구진은 한 시간 정도의 지연만 있는 ‘실시간에 가까운’ 자료를 활용했다. 일반적으로 고화질 처리를 거친 데이터는 몇 주가 지나야 제공되지만, 이번엔 긴급 예측에 중요한 수준으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데이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지구에서 태양 가장자리(동·서 ‘림브’) 부근만 관측 가능하다. 메이슨 박사는 “태양 동쪽 림브에서 터진 플레어는 일단 지구 반대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피해가 줄어들지만, 서쪽 림브에서 나온 것이라면 지구 대기에 도달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향후 관측 범위가 넓어지면 보다 정확한 예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유럽우주국(ESA)은 오는 2031년 태양 관측선 ‘비질(Vigil)’을 발사해 태양을 옆면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관측 지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메이슨 박사는 “다양한 각도에서 태양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 예측 능력 강화에 가장 핵심”이라고 말하며, 우주비행사와 전력·통신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대형 플레어 예측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