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달 표면에 기울어져 놓인 채 지구를 바라보는 사진 한 장이 논란을 불렀다. 이번 사진은 미국 민간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즈(Intuitive Machines)의 달 착륙선이 2년 만에 다시 넘어져 버린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지난 3월 6일(현지 시각), 인튜이티브 머신즈는 자사가 개발한 ‘아테나(Athena)’ 탐사선을 달 남극 인근 험준한 지형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착륙 직후 우주선이 옆으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애초에 극지에 있는 차가운 분화구를 노린 ‘역사적 착륙’이었지만, 불안한 자세로 쓰러진 상태에서 제대로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결국 임무가 종료됐다.
아테나가 보내온 사진에는 파랗고 절반쯤 빛나는 지구가 달 지평선 위에 떠 있고, 기울어진 구도 속에서 착륙선 다리 두 개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튜이티브 머신즈 측은 “태양광의 각도와 패널 방향, 그리고 분화구 내부의 극심한 저온 때문에 아테나가 전력을 재충전할 수 없다”며, 임무 공식 종료를 선언했다. “그래도 달 남극 지형에서 이뤄진 ‘가장 남쪽 위치의 착륙 및 표면 활동’이라는 기록은 남았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미항공우주국(NASA)도 별도 성명을 통해 아테나가 목표 착륙 지점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곳에 착지했다고 밝혔다. NASA 과학 담당 부국장 니키 폭스는 “지정된 착륙 지점은 과학적으로 매우 흥미롭고 지리적으로도 도전적인 달 남극 지역이었다”고 전했다.
이번 결과는 인튜이티브 머신즈의 두 번째 달 착륙 임무(IM-2)였지만, 기업으로서는 아쉬운 마무리로 남았다. 첫 번째 임무(IM-1) 때도 ‘오디세우스’라는 탐사선의 착륙 다리 하나가 부러지면서 옆으로 쓰러진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엔 착륙 속도를 예측보다 빨리 줄이지 못해 충격이 커졌다. 이번 IM-2에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항법·내비게이션 카메라를 추가하고, 새로운 과학 장비를 탑재했다. 우선 노키아의 4G 통신 시스템과 작은 로버 두 대를 실었고, 우주 도약 로봇 ‘그레이스(Grace)’도 함께 운송했다. 또한 NASA가 얼음 탐사를 위해 개발한 드릴 ‘PRIME-1’을 포함해, 총 6천250만 달러 규모의 과학 임무를 달 남극 지형에서 수행할 예정이었다.
인튜이티브 머신즈 측은 “착륙 이후 배터리가 떨어지기 전까지 NASA의 PRIME-1 등 여러 탑재체를 짧게나마 가동해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NASA 또한 성명에서 “탐사선이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드릴이나 다른 기기들이 충분히 구동되진 못했지만, PRIME-1 드릴은 착륙 과정에서 엔진이 내뿜은 가스를 감지하고, 우주 환경에서 전체 가동 범위를 시연하는 데까지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NASA 우주기술 부국장 클레이턴 터너는 “이번 미션이 모든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탑재체 개발 과정에서 쌓인 역량은 다른 임무와 상업적 활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달과 화성 탐사를 위해서는 현장 실험이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인튜이티브 머신즈의 스티브 알테무스 CEO 역시 지난 3월 6일 착륙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무 시작으로부터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에 도달해 데이터를 전송한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2026년에 계획된 IM-3 임무, 나아가 2027년에 예정된 네 번째 임무를 통해 성과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NASA와 인튜이티브 머신즈 모두 달 남극 지역이 지형 특성상 햇빛이 매우 낮은 각도로 들어오고, 통신도 제한적이라 착륙이 특히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아테나 착륙 당시에도 크고 작은 그림자들이 맞물려 시야 확보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튜이티브 머신즈 최고기술책임자(CTO) 팀 크레인은 “분화구 내부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황혼 지대’에 가깝다”며 “이 특수한 환경에서 크레이터 추적 시스템이 꽤 잘 작동해 자랑스럽지만, 다음번엔 더 완벽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