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지난 3월 13일 밤부터 14일 새벽에 걸쳐 북·남아메리카 전역에서 펼쳐진 개기월식은 눈길을 사로잡는 장관이었다. 지구 그림자에 달이 서서히 잠기며 붉은 빛을 띠는 모습이 관측된 것. 그런데 지구가 아닌 달 표면에서 이 장면을 보면 과연 어떻게 보였을까? 블루 고스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은 상업용 착륙선이다. 지난 1월 지구를 떠나 올해 3월 2일 달의 ‘위기(危機)의 바다(Mare Crisium)’ 지역에 착륙했다. 이 착륙 지점은 달 표면의 평균적 구성 성분을 대표한다고 여겨져, 과학자들이 탐사 후보지로 택했다. 탑재된 10개의 과학 기기는 지구 시간으로 약 2주(달의 하루) 동안 가동되도록 설계됐다. 원래 블루 고스트 과학 임무에는 월식 관측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연히 시기가 맞아 떨어진 덕에 탐사선이 지구에서 벌어진 개기월식을 ‘반대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반면 같은 시기에 착륙한 다른 민간 탐사선인 ‘아테나(Athena)’는 기울어지며 하루도 못 버티고 종료되어 관측 기회를 놓쳤다.
지구에선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가는 ‘개기월식’으로 보였지만, 달 표면에서 본 광경은 사실상 ‘지구가 태양을 가리는’ 장면과 다름없다. 엄밀히 따지면 일종의 ‘태양일식’ 같은 형태이지만, 편의상 월식으로 부르기로 한다고 NASA 측은 설명한다. 다만 지구인이 흔히 보는 일식과 달리, 달에서 관측하는 이번 월식은 훨씬 여유로웠다. 지구에서 태양이 가려질 때 ‘개기’ 상태는 몇 분밖에 안 되지만, 달이 지구 그림자를 통과하는 개기월식은 총 2시간 16분 동안 서서히 진행됐다. 착륙선 개발사인 미국 텍사스주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달 표면에서 본 지구는 태양을 거의 완전히 가린 채 있었고, 그 주위로 태양 빛이 둥글게 빛나고 있다. 지구에서 개기일식을 볼 때, 달이 태양 원반을 전부 가려내는 장면과 비슷한 인상을 준다.
달에서 지구가 태양을 가린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건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9년 아폴로 12호 우주비행사들은 지구가 태양을 차단하는 장면을 비행 중 목격했고, 2009년에는 일본의 달 탐사선 ‘카구야(Kaguya)’가 지구의 본그림자에 완전히 들어가지는 않는 반영식(半影食) 월식을 달에서 관측했다. 블루 고스트는 이번 달 하루(2주)에만 운용되도록 설계돼, 앞으로 지구 시각으로 이틀 정도면 혹독한 달 밤(2주간 이어지는 암흑과 한파)을 맞이해 수명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짧은 기간에 우연히 맞닥뜨린 월식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낸 셈이다. “달에서 바라본 개기월식”이라는 특별한 시선으로, 인간의 우주 탐사 여정에 또 하나의 독특한 기록을 남겼다는 평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