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이상원 기자] 약 6광년 떨어진 ‘바너드 별(Barnard’s Star)’ 주변에 지구 질량 20~30% 수준의 작은 행성 4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천문학자들을 통해 최종 확인됐다. 바너드 별은 이웃 별 중에서도 역사가 복잡한 천체로 유명하며, 이번 관측 결과는 그 별이 실제로 소형 행성계까지 품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번 발견은 별을 공전하는 행성이 중력으로 중심별을 살짝 흔드는 ‘시선속도(radial velocity)’ 방식으로 이뤄졌다. 별의 주기적 흔들림 주파수를 통해 행성의 공전 주기와 별로부터의 거리를 알 수 있고, 흔들림의 세기로 행성 질량을 대략 추정한다. 관측 결과, 새로 확인된 4개 행성은 모두 지구보다 훨씬 작아, 질량이 대략 지구의 20~30%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내행성처럼 주로 암석질로 구성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바너드 별에 매우 가깝게 붙어 돌아 ‘생명체 거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새로 확인된 바너드 별 행성들은 적색왜성(M형 별) 주위에서 포착된 가장 작은 행성 축에 드는 사례로, 이번 연구를 이끈 시카고대학교 박사과정 리트빅 바산트(Ritvik Basant) 연구원은 “최근 시선속도 기법 정확도가 크게 향상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와이 제미니 노스 망원경에 탑재된 ‘MAROON-X 분광기’를 이용해 3년간 바너드 별을 관측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바너드 별은 1916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워드 바너드가 발견한 소형 적색왜성이다. 태양질량의 15% 정도로 작고 어두워, 그리 멀지 않은(약 6광년) 위치임에도 맨눈으로 볼 수 없다. 한때, 1963년에 네덜란드 천문학자 페터 반 데 캄프가 바너드 별 주변에 목성 질량 1.6배짜리 행성이 있다며 큰 이슈를 일으켰으나, 뒤늦게 망원경의 미세 부품 이동으로 인한 오차임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이번 결과는 과거의 논쟁과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당시 바너드 별 사건이 행성 탐사 역사에 준 교훈을 다시금 환기해 준다”고 바산트 연구원은 언급했다. 이번 관측에 따르면, 바너드 별의 행성 4개는 지구 시각으로 봤을 때 공전 궤도가 거의 옆에서 보이는 각도로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성들이 별 앞을 지나가면서 빛을 차단하는 ‘트랜짓(transit)’은 일어나지 않아, 해당 행성들의 정확한 크기나 대기 화학 구성을 분석할 단서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워낙 가까운 항성이어서, 별빛을 직접 가려 행성을 카메라로 포착하는 이른바 ‘직접촬영(direct imaging)’ 기법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천문학자들은 내다본다. 관측 자료에 따르면, 바너드 별의 새 행성들은 대략 몇 백만 마일 거리에 붙어 있어, 태양과 수성 사이 거리(약 3,600만 마일)보다 훨씬 가깝다. 가장 안쪽 행성은 불과 2.5일 주기로 공전하며 별과 170만 마일가량 떨어져 있고, 가장 바깥 행성도 7일 미만 주기로 350만 마일 정도만 떨어진 채로 돈다.
이처럼 작은 적색왜성 주위에 소형 행성이 몰려 있는 사례는 우주에서 흔치 않다기보다, 오히려 적색왜성이 은하 전체에서 가장 흔한 별 유형인 만큼 자주 발견되는 양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라이스대학교의 행성과학자 앙드레 이지도로(André Izidoro)는 “적색왜성 주변의 초소형 행성계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한 연구에도 많이 포착됐다”며, 자신과 동료가 새로 제안한 행성 형성 모델을 소개했다. 그 모델에 따르면, 작은 행성은 별에 가까운 쪽의 미행성 충돌과정에서 주로 생성되고, 더 큰 행성은 추운 외곽 지역에서 얼음 물질이 풍부하게 모일 때 생긴다는 설명이다. 바너드 별 사례에서도, 이들 4개 행성은 처음에 더 멀리서 생겼다가 성간 가스·먼지 디스크와 중력 상호작용으로 안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지도로는 분석했다. 또한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암석 행성이 별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존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곳은 비교적 온도가 낮고,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잠재력이 남아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