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위성 128개 추가 확인…달의 정의, 정말 가능할까?
새로운 위성 128개 추가 확인…달의 정의, 정말 가능할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달이란 무엇인가?’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천문학에서 이 질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행성을 도는 천체”라고 말하면 얼추 맞는 것 같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면 허점이 드러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예는 지구의 달이다. 하지만 망원경이 발전해 다른 행성에서도 달을 찾아내기 시작하자, 수많은 ‘위성’이 속속 확인됐다. 목성은 4개의 큰 달이 먼저 관측됐고, 토성도 망원경 관측으로 몇몇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당시에는 “달이란 행성을 도는 큰 덩어리”라 정의해도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사태는 복잡해졌다. 망원경 성능이 개선되면서, 목성에선 계속 새로운 달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한때 목성 달은 12개로 알려졌다가, 1970년대 더 찾았고, 무인 탐사선으로 확인한 뒤 2000년대 정밀 관측으로 수가 급증했다. 현재 목성은 95개 달이 확인돼 있으며, 그 크기도 수천 킬로미터(가니메데·태양계 최대)부터 지름 1km 정도까지 제각각이다. 토성도 원거리라 관측 난도가 높지만, 최근 발표된 128개를 포함해 총 274개나 된다. 이 중 상당수는 지름 수 킬로미터급 초미니 위성들이다. 당연히 ‘장비가 더 좋아지면, 행성 주변엔 그야말로 자잘한 돌덩어리가 무한정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가령 축구장 크기, 자동차 크기, 포도알 크기, 심지어 먼지 입자 하나까지도 달이라고 불러야 할까? 대표 사례로 토성의 고리(ring)는 수조 개 얼음 알갱이로 이루어졌는데, 이를 모두 ‘달’로 봐야 하나 하는 난감함이 생긴다.

더군다나 소행성도 서로를 도는 ‘소행성 위성’이 430개 이상 확인됐고, 해왕성 너머 태양계 외곽의 ‘TNO(해왕성 밖 천체)’에도 위성이 여럿 존재한다. 어떤 건 왜행성 수준으로 크지만, 상당수는 훨씬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다. 여기서 ‘달’이라는 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애매해진다. 거기에다 정의를 ‘더 큰 물체를 도는 것’으로 확장하면, 지구 같은 행성도 태양을 도는 ‘달’이 된다. 소형 별이 더 큰 별을 도는 것도 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위성 128개 추가 확인…달의 정의, 정말 가능할까?
새로운 위성 128개 추가 확인…달의 정의, 정말 가능할까?

심지어 달과 행성 사이의 중력 관계 역시, 태양의 중력세 영향을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예컨대 달은 사실 태양에 더 강한 끌림을 받지만, 지구와 달이 태양 둘 다를 함께 돌고 있는 형태라 ‘상대적으로’ 지구의 중력권이 우세한 범위에 달이 놓이기 때문이다. 이 영역을 ‘힐 권(sphere of influence)’이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 지구 질량 등에 기반해 150만 km 정도가 지구의 힐 권인데, 달은 약 38만 5,000km 떨어져 있으니 지구 중력권에 있다고 본다. 힐 권의 크기는 행성 질량, 태양에서의 거리 등에 좌우된다. 가령 토성은 목성보다 질량이 작지만, 태양과 더 멀어서 힐 권이 더 크다. 그러니 토성이 엄청나게 많은 달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다. 해왕성은 훨씬 더 멀리 있어 힐 권이 태양계 행성 중 최대지만,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명왕성과 카론(최대 직경 절반·질량 8분의 1)은 아예 서로 중심질량점(바리센터)을 공전한다. 그 중심이 명왕성 표면 밖에 있기에, 사실상 쌍둥이 행성이라 불러야 할지, 카론을 명왕성의 달이라 해야 할지 논란이 생긴다.

‘달이 달을 가질 수 있나’라는 문제도 있다. 어떤 달은 그 자체가 충분히 질량이 크고, 작은 물체를 잡아둘 수 있어 2차적 ‘달의 달(일명 ‘문문(moonmoon)’이나 ‘서브문(submoon)’)’을 거느릴 이론적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준위성(quasi-moon)” 등 더 복잡한 개념까지 등장한다. 정작 국제천문연합(IAU)은 달의 공식 정의를 제시하지 않는다. 엄격히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다. 행성이나 달 같은 용어는 말 그대로 ‘개념’일 뿐, 그 경계가 스펙트럼처럼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우리의 선호(딱 잘라 구분)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모든 복잡함은 우리의 ‘분명한 분류’ 욕심에서 비롯된다. 때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달인지 아닌지’에 엄격히 매달리는 대신, 그 천체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이해하는 게 진짜 중요한 목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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