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달이란 무엇인가?’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천문학에서 이 질문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행성을 도는 천체”라고 말하면 얼추 맞는 것 같지만, 좀 더 깊이 파고들면 허점이 드러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예는 지구의 달이다. 하지만 망원경이 발전해 다른 행성에서도 달을 찾아내기 시작하자, 수많은 ‘위성’이 속속 확인됐다. 목성은 4개의 큰 달이 먼저 관측됐고, 토성도 망원경 관측으로 몇몇이 드러났다. 이 정도면 당시에는 “달이란 행성을 도는 큰 덩어리”라 정의해도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 사태는 복잡해졌다. 망원경 성능이 개선되면서, 목성에선 계속 새로운 달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 한때 목성 달은 12개로 알려졌다가, 1970년대 더 찾았고, 무인 탐사선으로 확인한 뒤 2000년대 정밀 관측으로 수가 급증했다. 현재 목성은 95개 달이 확인돼 있으며, 그 크기도 수천 킬로미터(가니메데·태양계 최대)부터 지름 1km 정도까지 제각각이다. 토성도 원거리라 관측 난도가 높지만, 최근 발표된 128개를 포함해 총 274개나 된다. 이 중 상당수는 지름 수 킬로미터급 초미니 위성들이다. 당연히 ‘장비가 더 좋아지면, 행성 주변엔 그야말로 자잘한 돌덩어리가 무한정 많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가령 축구장 크기, 자동차 크기, 포도알 크기, 심지어 먼지 입자 하나까지도 달이라고 불러야 할까? 대표 사례로 토성의 고리(ring)는 수조 개 얼음 알갱이로 이루어졌는데, 이를 모두 ‘달’로 봐야 하나 하는 난감함이 생긴다.
더군다나 소행성도 서로를 도는 ‘소행성 위성’이 430개 이상 확인됐고, 해왕성 너머 태양계 외곽의 ‘TNO(해왕성 밖 천체)’에도 위성이 여럿 존재한다. 어떤 건 왜행성 수준으로 크지만, 상당수는 훨씬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다. 여기서 ‘달’이라는 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애매해진다. 거기에다 정의를 ‘더 큰 물체를 도는 것’으로 확장하면, 지구 같은 행성도 태양을 도는 ‘달’이 된다. 소형 별이 더 큰 별을 도는 것도 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심지어 달과 행성 사이의 중력 관계 역시, 태양의 중력세 영향을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예컨대 달은 사실 태양에 더 강한 끌림을 받지만, 지구와 달이 태양 둘 다를 함께 돌고 있는 형태라 ‘상대적으로’ 지구의 중력권이 우세한 범위에 달이 놓이기 때문이다. 이 영역을 ‘힐 권(sphere of influence)’이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 지구 질량 등에 기반해 150만 km 정도가 지구의 힐 권인데, 달은 약 38만 5,000km 떨어져 있으니 지구 중력권에 있다고 본다. 힐 권의 크기는 행성 질량, 태양에서의 거리 등에 좌우된다. 가령 토성은 목성보다 질량이 작지만, 태양과 더 멀어서 힐 권이 더 크다. 그러니 토성이 엄청나게 많은 달을 품고 있을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다. 해왕성은 훨씬 더 멀리 있어 힐 권이 태양계 행성 중 최대지만,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높다. 명왕성과 카론(최대 직경 절반·질량 8분의 1)은 아예 서로 중심질량점(바리센터)을 공전한다. 그 중심이 명왕성 표면 밖에 있기에, 사실상 쌍둥이 행성이라 불러야 할지, 카론을 명왕성의 달이라 해야 할지 논란이 생긴다.
‘달이 달을 가질 수 있나’라는 문제도 있다. 어떤 달은 그 자체가 충분히 질량이 크고, 작은 물체를 잡아둘 수 있어 2차적 ‘달의 달(일명 ‘문문(moonmoon)’이나 ‘서브문(submoon)’)’을 거느릴 이론적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부터는 “준위성(quasi-moon)” 등 더 복잡한 개념까지 등장한다. 정작 국제천문연합(IAU)은 달의 공식 정의를 제시하지 않는다. 엄격히 구분할 수 없다는 이유다. 행성이나 달 같은 용어는 말 그대로 ‘개념’일 뿐, 그 경계가 스펙트럼처럼 연속적이기 때문이다. 자연계는 우리의 선호(딱 잘라 구분)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모든 복잡함은 우리의 ‘분명한 분류’ 욕심에서 비롯된다. 때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달인지 아닌지’에 엄격히 매달리는 대신, 그 천체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이해하는 게 진짜 중요한 목적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