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대 위성 폭증 시대…천문학자, ‘어떻게 하늘을 지켜낼까?’
수만 대 위성 폭증 시대…천문학자, ‘어떻게 하늘을 지켜낼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수개월 내에, 칠레 고원에 세워진 베라 C. 루빈 관측소가 사상 최대 카메라를 가동해 남쪽 하늘을 덮는 방대한 별·은하·소행성·초신성들의 지도를 사흘마다 업데이트하기 시작한다. 문제는 동시에 쏟아져 올라가는 인공위성 무리들이 찍힌 사진 곳곳을 망치고 있다는 점이다. 관측소 구상이 20년 전 시작됐을 때만 해도 위성이 이처럼 대규모로 ‘포토봄’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지구 저궤도 공간이 통신용 위성 ‘별자리(constellation)’로 점차 붐비면서, 루빈 관측소를 비롯해 전 세계 수많은 망원경이 크게 불편을 겪고 있다. 천문학자들은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관측 데이터를 상당 부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 급증, 천문학계 걱정 최근 5년간 가동 중인 인공위성 수가 1만1천 개 수준으로 치솟았는데, 이 중 대다수는 전 지구 인터넷 서비스를 목표로 한 저궤도 위성이다. 일례로 미국 스페이스X(캘리포니아 호손 소재)는 ‘스타링크(Starlink)’ 위성만 7천 기 넘게 쏘아 올렸다. 영국 원웹(OneWeb)도 630기 이상을 운영 중이다. 여러 업체·국가가 앞으로 수만~수십만 기를 더 띄울 계획이지만, 실제 모두 발사될지는 미지수다. 물론 위성은 오지(僻地)나 재난 현장 등에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등 중요한 역할이 있다. 그러나 지상 망원경으로 우주 관측 시, 사진 위에 밝은 궤적이 찍혀 관측자료가 훼손되거나, 전파망원경에서 발생하는 전자기 간섭 같은 문제도 커지고 있다. 인공위성 증가로 대기오염 등 다른 걱정거리도 제기된다.

‘스타링크’ 1차 위성이 처음 올라왔을 때, 일부 천문학자는 “이대로 가면 천문학이 존재 위협에 처한다”고까지 경고했다. 이제는 천문학계와 여러 업계가 함께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려 애쓰는 단계다. 이탈리아 피사 산타안나고등연구원의 우주정책연구자 줄리아나 로톨라는 “위성기업과 협력해 과학·사회에 미치는 영향 줄이려는 노력이 커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위성 지나가는 시간·위치 미리 파악 위성이 언제, 어디로 지나갈지 미리 알 수 있다면 망원경 사진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천문학자 마이크 필은 “중요한 건 ‘뜻밖의’ 침범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스타링크가 출현하기 전엔 위성궤도를 관리·공유하는 중앙화된 시스템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제천문연합(IAU)이 설립한 ‘위성별자리 간섭으로부터 어두운·조용한 하늘 보호 가상센터(CPS)’가 정보 허브 역할을 한다. 필, 로톨라 등 자원봉사 천문학자가 참여해, 인공위성 상시 추적 정보를 모아 각 관측소에 제공한다. 이 센터가 운영 중인 ‘SatChecker’라는 도구는 공공 위성궤도 데이터베이스(민간 추적기관, 위성 회사 등 제보)와 연동해, 관측 중 나타난 광원 궤적이 어떤 위성인지 식별해 준다. 다만 대기저항이나 기업의 위성 궤도 조정으로 실제 위치와 데이터가 어긋날 수 있어 완벽하진 않다. 예컨대 2022년 발사된 ‘블루워커3’ 위성(미국 AST 스페이스모바일)은 별보다도 밝을 때가 있었으나, 궤도 오차가 커 언제 관측 시야에 들어올지 예측하기 힘들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