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민간 우주선 ‘프람2’(Fram2)가 미국 민간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지구를 도는 극지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노르웨이 극지탐험선의 이름을 딴 이 임무는 한 바퀴에 약 45분 만에 지구의 북극과 남극을 잇는 타원 궤도를 돈다. 특히 탑재된 ‘크루 드래곤(Crew Dragon)’ 우주선의 파노라마 창에서 내려다보는 지상 풍경은, 광활한 빙붕 지역까지 한눈에 들어와 “숨이 막힐 만큼 황홀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작 흥미로운 지점은 이것이 ‘세계 최초의 극지궤도 민간 유인비행’이라는 수식어 정도로만 화제를 모은다는 사실에 있다. 민간 자금으로 이뤄진 유인우주비행이 이제는 일상화되어, 주목을 받기 위해 “또 다른 최초”를 의도적으로 내세워야 할 정도가 됐다는 뜻이다.
왜 하필 극지 궤도로 갔나? 프람2 우주선에는 생명과학 분야 실험 22개가 실렸다. 그런데 이 실험을 위해 극지궤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이 궤도는 기존 임무보다 연료 소모가 많아 어려움이 크다. 대부분은 지구 자전에 따른 추진력을 얻기 위해 동쪽으로 발사하지만, 프람2는 ‘남쪽 항로’로 날아가야 했기에 추가 에너지가 더 든다. 그렇다 보니, 민간 우주비행 임무를 이끄는 암호화폐 재벌 청 왕(Chun Wang)이나 스페이스X 측이 굳이 극지궤도를 택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 많다. 어떤 실험적·과학적 필수성이 있었다기보단, “이색적 궤도”가 가져다줄 홍보 효과가 더 컸다는 것이다.
그래도 대단한 업적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극지궤도 유인비행’이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사실 이륙 후 궤도에 진입시키고, 남은 연료로 대서양 바지선에 재착륙까지 성공한 스페이스X ‘팰컨 9’의 기술력은 가히 놀라울 만하다. 다만 프람2가 “극지로 갔다”는 메시지가, 일반인들이 깨닫지 못할 더욱 중요한 현실을 가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민간 유인비행’이 이미 SF 영역을 벗어나, 너무나 평범한 현실이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스페이스X가 진행한 유인비행은 프람2까지 포함해 벌써 17번째다. 그중 3분의 1은 민간 자금이 투입된 비정부 임무다. 프람2에 탑승한 4명(임무 주도자인 청 왕, 영화감독 야니케 미켈슨, 로봇공학자 라베아 로게, 극지탐험가 에릭 필립스)은 ‘리질리언스(Resilience)’라 불리는 크루 드래곤 캡슐을 사용했는데, 이 캡슐은 이미 세 번의 유인우주여행(그중 두 번은 사적 자금으로) 기록이 있다. 게다가 프람2가 발사된 시점은, 스페이스X가 NASA 지원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크루-10’팀을 보낸 직후 불과 2주 만으로, 양쪽 임무 사이 간격이 가장 짧았다.
향후 전망 이에 대해, 스페이스X의 독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블루 오리진, 로켓랩,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등도 다가오는 미래에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즉, “민간 우주탐사 시대”는 스페이스X가 어떻게 되건 간에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결국 프람2 임무는 이색적이고도 대담한 업적—“지구 극지 궤도로 떠난 첫 민간 우주팀”—으로 홍보되고 있지만, 그 이면엔 인류의 민간 우주비행이 어디까지 일상화됐는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우주여행”이란 말이 SF영화 속 상상이 아닌, 조금만 돈(혹은 기술력)이 있으면 가능해진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에서, 프람2의 의미는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