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에서 탄생한 스페이스 미소,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 잡을까](https://cdn.mediafine.co.kr/news/photo/202504/65861_99311_1219.jpg)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에서 직접 발효시킨 ‘스페이스 미소’가 기존 지구산 미소와 맛과 향이 다소 차이를 보인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실험을 주도한 연구팀은, 우주 환경에서의 미생물 발효가 단순한 먹거리 실험을 넘어 미래 우주 탐사와 장기 체류를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소는 일본 요리에 널리 쓰이는 짭짤하고 구수한 발효 양념으로, 삶은 콩과 소금, 그리고 쌀이나 보리에 자라는 곰팡이(누룩, 일명 코지)를 함께 숙성해 만든다. 이번 실험에서는 그 과정을 국제우주정거장(ISS) 안에서 직접 재현했다. 연구진이 최근 국제 학술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우주에서 발효한 미소는 땅콩 향처럼 고소하고 강한 발효취를 풍기며, 색도 더 짙어졌지만 “결국 미소는 미소”라는 결론을 내놨다.
이번 연구는 지구에서의 미생물 실험을 우주 공간으로 확장한 사례로, 우주 미생물학과 인간의 식생활을 접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공동저자 중 한 명은 이전에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우주에서 발효식품을 만드는 작업이 갖는 영양적 이점과 맛의 다양성 확대에 주목했다. 이 실험을 통해 “우주발 효식품은 승무원들이 직접 자신만의 식량을 생산하는 자율성을 높이고, 건강과 심리적 만족도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방안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우주생물학적 관점에서도 미소 실험은 의미가 깊다. 미소의 풍미와 품질은 대부분 미생물 활동이 결정하는데, 우주에서 온도·기압·조도 등 환경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만큼, 이 환경에서 발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연구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미소에서 중요한 곰팡이(코지)는 우주 버전 미소에서 변이 발생 빈도가 더 높았는데, 이는 우주 공간의 강력한 방사선 영향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중력의 제약이 덜한 환경에서 미생물 생장과 대사작용이 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우주 미소의 미생물 군집이 지상에서의 미소와 약간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 차이가 맛과 향에 어떤 구체적 영향을 미치는지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더 많은 실험을 통해 우주 발효 과정에서 어떤 요인들이 미생물 변이를 유도하고, 이것이 결국 식품의 특성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우주 미소의 등장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우주 환경에서 승무원들의 건강 관리가 쉽지 않은데, 미소나 김치 같은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주에서는 미각과 후각이 둔해져 음식 섭취를 등한시하기 쉬운데, 발효식품은 향과 맛이 강렬해 식욕을 자극하고, 동시에 ‘좋은 세균’을 공급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미소 발효가 실증된 만큼, 다른 발효식품으로 실험 범위를 넓힐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승무원의 식단 다양성은 단순한 기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과 업무 효율과도 직결된다. 연구진은 “개개인의 기호와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식단 구성이 필요하다”면서, 우주 미소가 그런 다양성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우주정거장 같이 철저히 통제된 공간도 사실 완벽히 무균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이번 실험이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결국 우주로 떠난 승무원이 몸속 미생물을 함께 데려가는 것처럼, 씨앗·식물·음식 재료 등도 자체 미생물 생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우주 환경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우주에서의 발효 실험은 식량 자급의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인간과 미생물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는 기회였다”고 평했다. 앞으로의 추가 연구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미생물 변이의 원인을 더 깊이 파헤치고, 장기 우주 탐사 시대에 건강과 맛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식품 개발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