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초기 우주에서 발견된 거대한 나선은하가 학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흔히 ‘빅휠(Big Wheel)’로 불리는 이 은하는 우리 은하보다 5배나 더 무겁고, 크기도 두 배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빅휠은 우주가 불과 20억 살 무렵, 즉 매우 이른 시기에 이미 거대한 나선구조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적인 이론에 따르면, 은하가 이처럼 거대해지려면 우주의 긴 역사 전체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빅휠은 초창기 우주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존재하던 작고 미성숙한 은하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이번 발견은 갈수록 성능이 향상된 망원경들이 우주의 더 깊은 곳, 즉 더 오래된 시절에서 날아온 빛을 포착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천체물리학 연구자들은 JWST를 비롯한 강력한 관측 시설들을 통해, 빅뱅 이후 겨우 수억 년이 지난 때부터 존재했던 은하들을 잇따라 확인해왔다. 천체물리학 센터 소속 바딤 세메노프 박사는 “빅휠은 그중에서도 극단적인 예에 속한다”며 “초기 우주는 은하가 자주 합체하고 물질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은하 형성이 격렬하고 무질서했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빅휠의 거대함은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평했다.
빅휠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원래도 밀도가 높았던 초기 우주 중에서도 특별히 물질이 풍부한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구 공동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척 스타이델 교수는 이를 가리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다른 아이들 몫의 아침 식사까지 전부 먹어치운 셈”이라고 비유했다. 일반적으로 은하가 이렇게 빨리 자라려면 중심부의 블랙홀이 엄청난 양의 물질을 흡수하거나, 별 탄생 활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방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데, 그 과정에서 유입 중인 물질이 밀려나 성장이 정체될 수도 있다. 그런데 빅휠은 그러한 ‘교란 작용’을 뚫고도 계속 팽창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칸탈루포 교수는 “솔직히 아직까지는 완전히 미스터리”라며 “특수한 환경이 어떤 새로운 물리적 과정을 가능케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새로운 은하를 처음 발견한 것은 밀라노-비코카 대학교의 웨이첸 왕 박사다. 그는 본래 다른 주제로 JWST 관측 자료를 살피던 중, “도무지 그 시기의 우주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거대 나선구조”를 포착해 처음에는 훨씬 뒤 시대 은하가 우연히 시야에 겹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추가 분석을 통해 이 은하가 실제로 매우 먼 거리, 즉 초기 우주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왕 박사는 “빅휠은 우주 탄생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엄청난 속도로 덩치를 키워온 은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약 120억 년 전 모습으로 관측된 빅휠이, 지금 시점에는 어떤 모습일까. 스타이델 교수는 “우리가 확실하게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은하 병합이 거듭되면 보통 ‘거대 타원은하’로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은하단 내부에 있는 타원은하들은 대부분 나선구조 대신 희미하고 부풀어 오른 별 덩어리 형태를 띠는 만큼, 빅휠 같은 초기 거대 나선은하가 결국 이처럼 거대 타원형으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연구진은 예기치 않게 이번 은하를 발견한 점도 흥미로워한다. 스타이델 교수는 “천문학의 매력 중 하나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경우”라며 “빅휠은 그렇게 우연히 모습을 드러냈고, 앞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쉬워진 만큼 더욱 놀라운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