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경계가 흐릿하다… 천문학자들은 왜 고민할까
별의 경계가 흐릿하다… 천문학자들은 왜 고민할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하늘에서 반짝이는 수많은 빛의 점들을 우리는 흔히 ‘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제로 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하려 하면, 의외로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나타난다. 행성을 정의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달의 경우에는 국제천문연맹(IAU)조차 명확한 규정을 내놓지 않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들이 생각보다 복잡한 특성과 경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별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보통 ‘밤하늘에서 보이는 작은 빛’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태양도 별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태양은 구체 모양이며, 당연히 지구의 밤하늘에선 보이지 않는 큰 천체다. 이런 간단한 정의가 물리나 천문학적 실체를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별은 매우 뜨겁고 무거운 구형 플라스마 덩어리이며, 자신의 중력으로 뭉쳐 있고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 빛을 내는 천체’라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핵융합이 별을 이해하는 열쇠라 할 수 있다. 별이 은하 속에서 수십억~수조 년간 꾸준히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중심부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덕분이다. 핵융합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원자핵들이 부딪치며 더 무거운 원자핵으로 합쳐지는 현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수소 원자핵(양성자 4개)이 합쳐져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을 매초 엄청난 양으로 반복하면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열과 빛을 뿜어낸다. 안으로 중력이 별의 질량을 잡아당기고, 밖으로는 핵융합으로 생성된 에너지가 밀어내면서 일정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런 핵융합 덕분에 별은 오랫동안 밝은 빛을 유지한다. 우리가 보기에 1초에 수억 톤의 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수치는 엄청난 양처럼 느껴지지만, 별 입장에서는 전체 질량에 비하면 아주 작은 비율이다. 그래서 태양을 비롯한 상당수 별들은 수십억 년 이상 천천히 타오르며 우주를 밝힌다.

그렇다면 ‘별’과 ‘행성’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별은 핵융합을 지속할 만큼 충분한 질량을 가져야 한다. 태양 정도 질량의 약 12분의 1, 즉 목성 질량의 75배 정도가 그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가볍다면 별 내부에서 필요한 온도와 압력을 만들기 어려워, 주된 수소 융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애매한’ 질량대의 천체를 보고 무조건 행성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 중간 영역에 갈색왜성(brown dwarf)이라는 특이한 부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갈색왜성은 충분히 무겁지는 않아 태양처럼 오래 수소 융합을 지속하지 못하지만, 대신 듀테리움(중수소)이나 리튬 등을 핵융합하는 시기가 잠시 존재한다. 이 반응은 일반적인 수소 융합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압력에서 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들을 가벼운 ‘별’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다. 학계에서는 갈색왜성을 별보다는 별이 되지 못한 중간 천체로 따로 분류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별의 경계가 흐릿하다… 천문학자들은 왜 고민할까
별의 경계가 흐릿하다… 천문학자들은 왜 고민할까

결국 현재 기준으로 별이라 부르려면, 뜨거운 중심부에서 수소 핵융합을 꽤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는 질량과 구조를 갖춰야 한다. 물론 그 핵융합도 영구적으로 지속되진 않는다. 굉장히 무거운 별일수록 연료를 빠르게 소진해 수천만~수억 년 만에 생을 다하는가 하면, 작은 별들은 수조 년에 걸쳐 더디게 타오르며 긴 수명을 누린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별’의 명확한 문턱으로 설정해둔 것은 어디까지나 ‘지속적인 단일 양성자(일반 수소) 융합 반응’에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쉽게 ‘별은 무조건 이렇게 생겼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갈색왜성처럼 예외적인 사례가 있고, 심지어 별이 탄생하고 죽어가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변칙적 현상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천문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이 우주를 더욱 깊이 파고들도록 만드는 매력 포인트라 하겠다.

결국 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충분히 무겁고 뜨거운 가스로 이뤄진 구체로, 핵융합을 통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는 천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핵융합의 문턱 이하에 머무르거나, 다른 형태의 융합만 잠깐 일어나는 갈색왜성 등은 구분을 달리한다. 비록 아직도 경계가 완벽하게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런 ‘자기 힘으로 빛을 내는지’ 여부가 현재 별을 정의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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