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 닮은 별이 행성을 집어삼켰다는 충격적 관측이 사실은 행성이 자발적으로 별 속으로 추락한 것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천문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내놓은 새로운 관측이, 앞서 발표된 우주 범죄 현장 가설을 뒤집은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2020년, 우리 은하 안에서 ZTF SLRN-2020으로 명명된 흥미로운 현상을 포착했다. 광학 영역에서 10일 정도 큰 폭으로 밝기가 상승했다가 6개월간 서서히 사라지는 신호였는데, 이를 살펴보니 NEOWISE(근지구천체 광역적외선탐사위성) 망원경 데이터상에서는 그보다 7개월 앞서 적외선 빛이 더욱 강렬해지기 시작했고, 그 후 1년 넘게 이어졌다. 연구진은 이 신호가 태양에서 약 1만 2,00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의 한 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태양질량대 별이 목성질량의 10배 미만인 행성을 집어삼켰을 거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실제로 태양도 50억 년쯤 뒤에 부풀어 올라, 수성 같은 안쪽 행성들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설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가 이 가설을 크게 수정했다. 연구팀(초기 연구에 참여했던 과학자 포함)은 두 가지 핵심 장비인 MIRI(중적외선 관측장치)와 NIRSpec(근적외선 분광기)을 사용해 ZTF SLRN-2020을 다시 살핀 뒤, 14일 천문학 저널을 통해 이 새로운 해석을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먼저 MIRI 관측 결과 ZTF SLRN-2020의 별은 이미 부풀어 오른 적색 거성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따라서 별이 커져 행성을 직접 삼켰다는 당초 가설과 달리, 원래 목성 정도 질량이던 이 행성이 별을 매우 가깝게 돌다가 궤도를 잃고 결국 별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행성이 최후로 별과 합쳐지는 과정에서, 별 외곽층의 가스 일부가 우주 공간으로 뿜어져 나가 식으면서 거대한 먼지 띠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NIRSpec 측정 결과, 별에 더 가까운 곳에는 분자 가스가 얇은 띠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행성이 별 속으로 유입되는 물리 과정이 생각보다 한층 복잡함을 시사한다.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외계행성 연구 분야에서는 백색왜성 주위를 도는 잠재적 서식 가능 행성 탐색과, 특정 외계행성들이 대기를 갖추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 등이 활발히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한다. 행성이 대기를 지니고 있다면, 생명체 존재 여부를 논의할 때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ZTF SLRN-2020 사례가, “행성이 어떻게 최후를 맞이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열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태양계의 먼 미래에도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별과 행성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