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계 근접 소행성과 혜성을 지도처럼 추적하는 나사(NASA) 연구원이 한때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이 있었다. 데이비드 파르노키아는 캘리포니아에 있는 나사의 근지구천체연구센터에서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지구 인근을 오가는 소행성과 혜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공간은 물론 시간까지 포함한 “4차원 지도”를 만드는 셈이다. 2016년, 파르노키아는 중력만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한 궤도를 지닌 소행성 2003 RM에 주목했다. 햇빛이 내는 작은 압력과 열 복사(야르콥스키 효과)까지 계산해봐도 궤도 변화를 정밀하게 맞출 수 없었던 것이다. “뭔가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당시로서는 근거가 부족했다.
이 문제에 해답을 찾기도 전에, 2017년 10월 전혀 다른 별에서 온 혜성이 등장해 전 세계 천문학계를 달궜다. 태양계를 잠시 스치고 지나간 후 갑자기 속도를 높였는데, 마찬가지로 추진력의 흔적은 없었다. 몇몇에서는 미확인 우주선이 아니냐는 추측을 했지만, 더 중요한 점은 2003 RM과 비슷하게 “보이지 않는 힘”으로 가속했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태양계 소행성·혜성 13개를 추가로 찾아냈다. 연구자들은 이를 가리켜 혜성처럼 행동하지만 명확한 발산 가스 흔적이 없는, “암흑 혜성(dark comets)”이라 부른다.
왜 암흑 혜성이 중요한가. 만약 이들이 실제로 혜성과 같은 물질을 품고 있으면서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면, 과거 이들이 지구에 물을 가져다주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견해다. 셀리그먼은 “지구 바다의 기원을 아직 정확히 모른다. 혜성을 연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라며, 이 수수께끼를 풀면 지구 생명 기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예측 불가능한 궤도가 장기적으로 지구 충돌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추적이 필수적이다. “혜성은 원래 독특한 존재이지만, 암흑 혜성의 출현은 우리가 알던 혜성 이론을 한층 흔들어 놓고 있습니다”라고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페데리카 스포토는 말한다. 이렇게 태양계가 더 복잡하다는 단서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은 우주가 여전히 미지의 영역임을 실감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미스터리가 조만간 풀릴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올해와 내년 강력한 두 망원경의 도움을 받아 암흑 혜성들을 더욱 면밀히 관측할 계획이다. 만약 혜성 표면에서 나오는 가스가 포착된다면, 보이지 않았던 제트 분출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일본 우주기술진흥청(JAXA)의 탐사선 한 기가 본 임무를 마치고도 새 목표로 이들 “암흑 혜성” 중 하나에 접근할 기회를 얻었다. “직접 접촉해보면 무엇이 이런 가속을 일으키는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라고 셀리그먼은 전망했다. 소행성의 운동이 중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햇빛에 포함된 광자들이 소행성 표면을 미세하게 밀어내고, 회전하는 소행성의 낮면이 뜨거워진 뒤 밤면에서 식으면서 열을 다시 방출하는 야르콥스키 효과 역시 추가적인 ‘미니 추진력’을 만든다. 하지만 2016년 파르노키아와 동료들이 소행성 궤도 데이터를 검토했을 때, 이런 효과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가속 패턴 몇 개가 발견됐다.
이들 중 다수는 실제 관측 오차에 의한 착오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2003 RM처럼 수정해도 이상 현상이 계속 남는 사례는 연구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오우무아무아를 비롯해 여러 ‘암흑 혜성’ 후보들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이제 천문학자들은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됐다. 결국 우리가 보지 못했던 가스나 먼지가 존재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물리 현상이 작동할 수도 있다는 가정이 검증될 시기가 머지않았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