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생명 신호인가 착시인가…미니 해왕성 K2‑18 b 둘러싼 공방 가열
외계 생명 신호인가 착시인가…미니 해왕성 K2‑18 b 둘러싼 공방 가열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케임브리지대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으로 외계 행성 K2‑18 b 대기에서 ‘생명 지문(biosignature)’ 후보 물질을 포착했다는 주장을 내놓으며 전 세계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다. 연구팀은 “태양계 밖 생물 활동의 가장 강력한 암시”라며 장담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증거가 미약하다”며 즉각 반론을 제기했다. 문제가 된 물질은 디메틸설파이드(DMS) 또는 그 친화 화합물인 디메틸다이설파이드(DMDS)다. 연구진은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남긴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DMS 특유의 ‘지문’이 잡혔다고 밝혔다. 지구에서는 해양 식물플랑크톤이 주로 배출하는 냄새나는 화합물이다. 연구팀은 2023년 동일 행성을 다른 파장대에서 조사해 비슷한 결과를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번 관측은 “신호가 더 깨끗하고 통계적 강도도 높다”고 설명한다.

K2‑18 b는 지구에서 약 38파섹(125광년) 떨어진 소형 해왕성급 행성이다. 수소가 풍부한 대기 아래에 거대한 바다를 품은 ‘미지의 수중 세계’일 수 있다는 일부 가설 때문에, 생명 탐사 후보로 꾸준히 관심을 받아 왔다. 케임브리지대 니쿠 마두수단 교수는 17일(현지 시각) 공개 강연에서 “멀고도 작은 행성 대기의 화학 성분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해독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외계 행성 연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신중론을 거듭 제기한다. 우선 K2‑18 b가 실제로 바다나 고체 표면을 지녔는지도 불확실하다. 미국 워싱턴대 조슈아 크리산센‑토튼 박사는 “여전히 불모의 미니 해왕성 가능성이 가장 단순한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마두수단 팀이 제시한 신호 자체가 통계 잡음에 불과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데이터를 재분석한 존스홉킨스대 스티븐 슈밋트 박사 팀은 “뚜렷한 생명 지문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고, 이번 결과 역시 “JWST 능력 한계를 시험하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설령 DMS·DMDS가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곧장 생명으로 결론짓기엔 갈 길이 멀다. 콜로라도대 보울더캠퍼스의 엘리너 브라운 교수는 “실험실에서 비생물적 경로로 DMS가 합성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며 “먼 행성 대기 화학은 아직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유럽우주국이 탐사한 혜성 67P에서도 DMS가 검출된 바 있다는 점도 달갑지 않은 변수다.

케임브리지대 팀은 JWST 추가 관측 시간을 신청해 통계적 유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슈바이터먼 교수는 “여러 독립 연구진이 데이터를 분석해 동일 결론을 도출해야만 논쟁이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문연구소의 라우라 크라이드베르크 박사 역시 “K2‑18 b 같은 행성은 행성 대기 역학을 이해할 훌륭한 실험실”이라면서도 “이번 결과를 두고 성급히 외계 생명을 선언하긴 이르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방은 생명 탐사에서 ‘관측 신호’와 ‘해석 프레임’이 얼마나 정교히 맞물려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확실한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더 많은 데이터와 교차 분석, 그리고 행성 대기를 모사한 실험이 필요해 보인다. 외계 생명 찾기의 여정은 여전히 ‘가설과 검증’이라는 과학의 기본 원칙 위에서 천천히, 그러나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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