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인증 난수’를 대량 생산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퀀티뉴엄이 개발한 56큐비트 양자 프로세서가 생성한 비트열을 아르곤·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로 교차 검증해, 외부 공격자가 조작할 수 없는 난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입력난수보다 출력난수가 더 많아지는 ‘증폭’까지 달성한 것은 고전 컴퓨터로 불가능한 작업이다. 논문 공저자인 스콧 애런슨 교수는 “신호가 실제 양자우연성에서 나왔음을 수학적으로 증명했기 때문에, 암호키처럼 민감한 곳에 안심하고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뱅킹·이중 인증·가상자산 지갑 등 디지털 보안은 예측 불가능한 난수에 의존한다. 하지만 서버가 의도적으로 가짜 난수(의사난수)를 제공해도 사용자는 알아차리기 어렵다. 시카고대 빌 페퍼먼 교수는 “이번 프로토콜은 불신 환경에서도 난수가 공정하게 생성됐음을 입증할 수 있다”며 공정·배심원 선정 같은 공공 시스템에 즉시 응용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실용화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본다. 양자칩 오류율·운용 비용·고전 검증 단계의 속도 등이 관건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고품질 큐비트 10개’만으로도 화제가 됐던 점을 감안하면, 56큐비트 칩이 상용 마일스톤을 넘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애런슨 교수는 “양자우위란 달 착륙처럼 하나의 지점이 아니라 ‘고전 기계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을 넓혀 가는 과정”이라며 “고전 알고리즘·하드웨어도 계속 진화하기 때문에, 양자 진영은 더 도전적인 문제로 우위를 입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양자컴퓨팅이 과학적·실용적 난제를 해결할 구체적 도구로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