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아마존이 29일(한국시간) 새벽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아틀라스 V 로켓을 쏘아 올리며 ‘프로젝트 쿠이퍼’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번에 올라간 27기는 전체 3천200기 규모 저궤도(고도 약 590~630km) 인터넷 위성 군집의 첫 물량이다. 농어촌 지역과 항공기·선박 등에 초고속 통신망을 제공하겠다는 청사진이지만, 이미 지구 궤도를 점령한 스타링크(스페이스X)와 맞물려 ‘우주 교통 체증’과 빛공해 논란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마존은 프로젝트 쿠이퍼 구축에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 원)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는 전자상거래·클라우드·프라임 멤버십에 이어 쿠이퍼를 “회사의 네 번째 축”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의 허가 조건상 2026년 7월까지 절반, 2029년 7월까지 전량을 궤도에 올려야 면허를 유지할 수 있어 발사 일정도 빠듯하다. 아마존은 이 목표를 위해 스페이스X 팰컨 9을 포함한 다수의 로켓 발사 슬롯을 한꺼번에 예약해 ‘속도전’에 돌입했다.
저궤도는 초고속 통신에는 제격이지만, 포화 상태다. 2019년 스타링크 1호 발사 당시 2천 기 남짓이던 운용 위성은 5년 만에 1만1천 기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스타링크가 7천 기 이상이고, 원웹·중국 치앤판 등 경쟁사 위성도 줄을 잇고 있다. 호그 루이스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충돌 회피 기동이 6개월에 5만 회”라고 설명한다. 쿠이퍼 등 신규 군집이 본격 가동되면 접근 경보가 연간 수천만 회로 급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천문학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위성 궤적이 망원경 영상에 밝은 선으로 찍히면 소행성·은하 탐사 이미지가 손상된다. 국제천문연맹은 위성 밝기를 7등성 이하로 낮추라는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스타링크와 달리 중국 치앤판 위성은 더 밝아 이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올해 본격 관측을 앞둔 칠레 베라 루빈 관측소는 “촬영 이미지의 최대 3분의 1이 위성 선으로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저궤도 위성 수량을 제한하거나 교통로를 지정하는 국제 규범은 사실상 전무하다. 미시시피대 미셸 핸런 교수는 “국제사회는 아직 공통 규칙을 만들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결국 대형 충돌 사고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류가 우주 공간을 통신 인프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이지만, ‘우주 고속도로’에 신호등이 없다면 재앙은 시간문제라는 경고도 커지고 있다. 규제가 먼저냐, 충돌이 먼저냐의 갈림길에서 국제 사회의 해법 마련이 시급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