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최근 우주 연구를 뒤흔든 발견이 나왔다.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알려진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값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포착했다. 미국 애리조나 키트피크 국립천문대에서 운영 중인 DESI(Dark Energy Spectroscopic Instrument)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수백만 개 은하의 분석을 통해 암흑에너지가 점진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값이라는 '표준 우주모형(LCDM)'을 주된 이론으로 삼아왔다.
시카고대 물리학자 조슈아 프리먼 교수는 "가장 단순한 이론을 고수했지만, 결국 이론이 한계에 부딪힌 순간이 온 것"이라며 연구 결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ESI 연구팀은 암흑에너지의 변화가 일시적 오류가 아닌, 명백한 경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대해 학계 내 반론도 거세다. 캘리포니아대(샌디에이고)의 다니엘 그린 교수는 "DESI 팀이 다른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너무 성급히 결론을 내렸다"며, 암흑에너지 외에도 '암흑물질의 붕괴' 같은 다른 요인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표준 우주모형(LCDM)은 암흑물질이 은하들을 중력으로 묶어주고, 암흑에너지는 일정한 값으로 우주 팽창을 가속시킨다고 설명해왔다. DESI는 2021년부터 약 110억 년 동안의 은하 움직임과 분포를 분석해, 이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해 왔다. 특히 은하에서 나오는 빛의 '적색편이'를 통해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해왔다. DESI 공동대표 나탈리 팔랑크-델라브루유는 "처음엔 결과가 기존 이론과 거의 일치해 안도했지만, 암흑에너지 값에 작지만 지속적인 차이가 나타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추가로 확보한 더 많은 데이터를 통해, 이 결과가 단순한 통계적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암흑에너지를 설명하기 위한 더 복잡한 이론들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제5의 힘' 이론은 기존의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외에 새로운 힘을 암흑물질 입자가 매개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아직 실험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매우 미세한 입자를 상정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한편, 다니엘 그린 교수 등 일부 물리학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가정 자체가 물리학의 근본 원리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에너지가 빛보다 빠르게 전파될 수 없다는 '무에너지 조건' 같은 기본적인 물리 법칙과 충돌할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주과학계는 우주 팽창의 비밀을 둘러싼 더욱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암흑에너지가 과연 변할 수 있는지, 아니면 다른 설명이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