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의 깃발을 화성에 꽂겠다"며 우주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맞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역시 "2년 내 화성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고, 4년 내에 유인 탐사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원대한 비전과 달리, 최근 3월 6일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발사 직후 두 번째 연속 폭발 사고를 일으켜 플로리다 일대 공항까지 마비되는 등 화성 탐사의 현실적 어려움이 다시 부각됐다.
머스크가 발표한 2026년 화성 탐사 목표는 단순히 지구와 화성이 가까워지는 시점일 뿐, 세부적인 임무 수행 계획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머스크가 소셜미디어에서 밝힌 "최초 화성행 스타십에 사이버트럭과 로봇을 실을 예정"이라는 간단한 언급이 전부다. 이에 과학계 일각에서는 이런 발표들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정치적 목적과 화제를 만들기 위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나사의 과학 예산이 최대 50%까지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머스크의 장밋빛 청사진이 더욱 신뢰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화성 탐사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여전히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도 달보다 약 150배 먼 거리에 있으며, 스타십이 지구 궤도에서 연료를 재보급받아야만 갈 수 있는 거리다. 현재 기술로는 궤도상에서의 연료 재공급에만도 10~20차례 추가 발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화성 표면 착륙 기술 역시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스타십은 화성의 희박한 대기권을 통과해 착륙하는 과정에서 정밀한 제어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지구에서도 완벽히 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다. 미 의회 산하 감사기관(GAO) 역시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의 기술력이 목표 일정 내에 달 착륙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유인 탐사는 더 어렵다. 화성으로 가는 왕복 여행은 최소 2년이 소요되며,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 최장 체류 기록은 약 1년이다. 따라서 유인 우주선은 완전한 자급자족이 가능해야 하며, 우주 방사선이나 미세 중력 환경에서의 건강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우주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과 화성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계속 바꾸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화성 탐사를 추진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시 달 탐사(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목표로 변경했다. 최근 머스크가 달 탐사를 "불필요한 방해 요소"라고 비판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달 탐사를 포기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결국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주된 목표가 실제 화성 탐사보다는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을 자신의 민간기업으로 돌리는 데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가 공언했던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 역시 수년째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명확하고 지속 가능한 계획 없이는 미국의 우주 탐사 정책이 결국 공허한 정치적 구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