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인도 관광객 등 최소 26명이 목숨을 잃었고,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을 배후로 지목하며 보복 공격에 나섰다. 파키스탄도 강경 대응을 예고하며 양국 간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국이 각각 약 170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도시와 산업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화재의 연기로 인해 지구 성층권까지 연기가 상승하게 된다. 이 연기는 비가 없어 제거되지 않으며 태양광을 차단해 지표면은 급격히 어두워지고 추워진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농업 생산이 5년 이상 마비돼, 결과적으로 '전 지구적 기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는 양국을 합쳐 8,000기 이상이다. 이들 간의 핵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기후 변화로 인한 간접 피해까지 포함해 전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기아로 사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입증된 직접 피해의 수십 배에 달하는 인류 규모의 재앙이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위협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미국이 자국의 핵무기를 감축하고,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서 국방부 예산은 13% 증가했으며, 그 중 상당 부분이 '핵무기 현대화'에 사용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은 지상기반, 잠수함, 항공기를 통한 3중 핵무기 체계를 유지 중인데, 과학자들은 "이들 모두 지구를 파괴할 위험을 안고 있으며, 유지가 아니라 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억제력 이론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핵 억제는 상대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전략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대가 미국이 '자살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 믿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는 상호확증파괴(MAD)가 아닌, '자기파괴(SAD)'에 불과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과학·공학·의학 아카데미는 올여름 40년 만에 처음으로 핵전쟁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독립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핵전쟁이 초래할 기후 재앙과 농업 붕괴, 인류 생존에 미치는 위협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엔은 핵무기 전면 금지조약(TPNW)을 통해 핵무기의 보유, 생산, 개발, 배치 및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약은 2021년 발효되었으며 현재까지 94개국이 서명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9개의 핵보유국은 아직도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 조약을 추진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ICAN의 비아트리스 핀 사무총장은 수상 연설에서 “핵무기의 극히 일부만 사용되어도 수 년간 지구의 농작물이 파괴되고 수십억 인류가 기아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 문제의 끝은 두 가지뿐이다. 핵무기를 없애느냐, 아니면 우리가 사라지느냐”라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이제 미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자국의 핵무기를 먼저 감축하고, 핵무기 금지조약에 서명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핵겨울’ 개념을 처음 제시한 고(故) 칼 세이건 박사는 “지도자나 시스템의 변덕과 무관하게 핵재앙이 아예 불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애국이자 지구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금, 그 말이 다시금 절실하게 들리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