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밤하늘에서 흐릿한 빛줄기로 보이는 ‘은하수’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갈락티코스 퀴클로스(젖빛 고리)’다. 오늘날 천문학자들은 이 단어를 우리 은하뿐 아니라 별·가스·먼지·암흑물질이 중력으로 한데 묶인 거대한 천체 집단에 두루 사용한다. 그러나 모든 은하가 반드시 가스와 먼지를 품고 있지는 않고,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은하도 발견되면서 “무엇을 은하라 부를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은하는 지름 약 12만 광년의 납작한 원반 형태로, 1만 2천 광년 규모의 불룩한 중앙 팽대부와 네 개의 주요 나선팔을 지닌 전형적 ‘나선은하’다. 반면 ‘타원은하’는 솜뭉치 같은 타원 혹은 구체 모양이 특징이다. 특히 거대 타원은하 M87은 수조 개의 별을 품고 있어, 은하단 중심부에서 이웃 은하를 집어삼키며 성장한 ‘우주 식인 괴물’로 불린다. 두 은하가 충돌·합병하면 형태가 일그러진 ‘특이은하’가 탄생한다. 작은 은하가 큰 은하 중심을 관통할 경우 별과 가스가 파문처럼 퍼져나가 ‘고리은하’로 남기도 한다. 규칙성이 거의 없는 소형 은하는 ‘불규칙은하’로 분류되는데, 우리 은하의 동행자인 대·소마젤란은하가 대표 사례다.
그렇다면 은하는 얼마나 작아질 수 있을까. 2025년 4월 천체물리학 저널에 실린 연구는 “태양 질량의 약 1,000만 배”를 암흑물질 구름이 가져야 가스가 붕괴해 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은하 형성의 ‘최소 질량’ 후보로 거론된다. 그러나 실제 관측에서는 이보다 별이 훨씬 적거나 암흑물질이 거의 없는 왜소은하도 확인돼, 은하와 거대 성단(글로불러 클러스터) 사이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예컨대 남반구 명물 오메가 센타우리는 거대 성단으로 분류되지만, 과거에는 왜소은하였다가 별을 빼앗기고 줄어든 ‘부분 소화’ 흔적일 가능성이 높다.
은하를 구분하려는 인간의 노력과 달리, 우주는 뚜렷한 선을 긋지 않는다. 가스를 소진해 새 별이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 타원은하, 암흑물질 결핍 왜소은하, 충돌로 뒤틀린 특이은하까지모두가 ‘은하’라는 큰 틀 안에서 스펙트럼을 이룬다. 최신 시뮬레이션과 차세대 망원경 관측이 이어지면서, 은하의 최소 조건과 진화 경로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