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탐사 황금기 눈앞인데… 美 예산삭감, ‘우주 생물학’ 존폐기로 몰린다
생명 탐사 황금기 눈앞인데… 美 예산삭감, ‘우주 생물학’ 존폐기로 몰린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 어디엔가 생명이 존재할까? 인류는 지금 그 답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 화성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올 준비가 한창이고, 유로파·엔셀라두스 등 얼음 위성의 바다를 파헤칠 탐사선이 속속 발사된다. 차세대 망원경 구상도 본격화됐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2026회계연도 예산안에서 NASA 과학탐사 예산을 무려 47% 삭감하겠다고 밝히면서, ‘생명 찾기’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백악관 예산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110억 달러가 투입된 화성 샘플 귀환(MSR) 임무다. 이미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채취해 캡슐에 담아둔 암석 시료는 회수선이 가야만 지구 연구실로 올 수 있다. 예산 삭감으로 회수선 발사 계획이 백지화되면, 수십 년 투자금과 데이터가 사막의 먼지로 돌아간다. 지구 궤도에서 대기 중일 로먼 우주망원경도 발사 취소 대상이다. 이 망원경은 차세대 지구형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할 기술을 검증하며, 후속 ‘거주가능 세계 관측소’의 필수 선행 단계다. 로먼이 사라지면 거대 외계행성 직촬영의 꿈도 사실상 접혀, 인류가 “지구 2.0”의 하늘빛을 확인할 기회가 멀어진다. 금성 탐사선과 토성 위성 타이탄 드래곤플라이 임무까지 연기·축소가 불가피하다.

NASA와 동료 과학자들은 지난 50년간 화성·유로파·엔셀라두스·타이탄을 차례로 겨냥하며 “물을 찾아라” 전략을 구축해 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외계행성 대기에 수증기·메탄·이산화탄소를 검출하며 동력이 붙었다. 학계는 “생명 신호를 잡아낼 장비·지식·인력 3박자가 처음으로 준비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지원이 끊기면 민간 우주기업이 대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스페이스X 등은 로켓 대량생산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고가의 맞춤형 로버·착륙선·분석 기기를 자체 개발할 동기가 없다. 수익성을 담보할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급 인력과 노하우가 유출되면 NASA의 ‘조립식 성공 모델’도 붕괴돼, 재기가 더 어려워진다. 생명 탐사는 어린 학생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는 ‘입문 과목’이자, 국경·분야를 초월한 협력의 장이다. 예산 칼날은 젊은 연구자 지원사업까지 겨냥해 미래 인재 육성까지 꺾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물리학자 조슬린 리드는 “차세대 관측소가 수십억 광년 내 신호를 고해상도로 잡아낼 날이 머지않았다”며 “지금 투자 없이는 그 기회를 영영 잃는다”고 경고했다.

예산안은 아직 의회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천문학계는 일반 시민에게 의원 연락, SNS 캠페인, 과학교육 후원 등 ‘작은 행동’이 거대한 차이를 만든다고 호소한다. 천체생물학자들은 “이번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점이 될 수도, 미증유의 과학 암흑기로 후퇴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포기하면, 우주 어디에 있을지 모를 생명은 인류 손이 닿기 직전에서 영원히 미궁에 빠진다.” 지금이야말로, 인류가 스스로 던진 질문—“우리는 우주에서 외롭지 않은가?”—에 답할 기회를 지켜내야 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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