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별은 왜 깜빡일까. 육안으로는 낭만적인 이 현상은 천문학자에게는 골칫거리다. 고대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 시각이 멀리 갈수록 왜곡된다고 보았지만, 아이작 뉴턴이 빛의 굴절로 해석하면서 진실에 다가섰다. 최근에는 별빛 반짝임(과학 용어 ‘섬광‧scintillation’)을 이용해 태양 주변 우주 거품(Local Bubble)의 플라스마 구조를 분석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실렸다.
빛은 밀도가 다른 매질을 통과할 때 굴절한다. 지표에서 별을 올려다볼 때, 별빛은 난류로 요동치는 대기의 수많은 공기 주머니를 지나며 매 순간 조금씩 굽어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별의 위치가 초당 수차례 미세하게 흔들리며 우리 눈에는 반짝임으로 보인다. 별 이미지가 퍼지면 망원경 사진이 흐려지고, 희미한 천체는 더욱 찾기 어렵다. 목성‧금성과 같은 행성은 원반 크기가 커서 작은 흔들림이 밝기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지평선 근처 별이 특히 요란하게 깜빡이는 이유는 시선이 통과하는 대기 두께가 머리 위보다 10배가량 길어 굴절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 관측소는 반짝임을 실시간으로 교정한다. 센서가 대기 요동을 감지하면 컴퓨터가 1초에 수백 번 거울 표면을 변형시켜 상을 되살리는 ‘적응 광학(AO)’ 기술이다. 덕분에 허블급 해상도로 먼 은하를 촬영할 수 있다. 라디오파도 굴절한다. 초고밀도 중성자별인 펄사에서 보내온 라디오 펄스는 성간 플라스마에서 반짝임을 일으키는데, 이를 분석하면 플라스마 밀도 지형을 그릴 수 있다. 2025년 발표된 연구는 이 방법으로 태양을 둘러싼 ‘로컬 버블’ 내부에 난류로 유지되는 21개의 거대 아크 구조가 있음을 밝혀 기존의 균일 모델을 뒤집었다.
아마추어에게 반짝이는 별은 시적 감흥이지만, 연구자에게는 ‘상(像) 살인자’다. 그러나 같은 현상이 우주의 숨겨진 구조를 엿볼 창이 되기도 한다. 별빛이 굴절되듯, 반짝임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과학과 감성 사이를 오가며 유연하게 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