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세운 첫 ‘우주 라디오 더듬이’… 암흑 우주 새벽 밝힐 서막 올랐다
달에 세운 첫 ‘우주 라디오 더듬이’… 암흑 우주 새벽 밝힐 서막 올랐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 민간업체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가 지난 2월 사상 최초로 달 표면에 내린 순간, 탐사선은 곧바로 옆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그 25분간의 짧은 작동으로 탑재 실험기기 ROLSES(달 표면 전파 관측 안테나)는 인류 최초의 달 라디오 천문 데이터를 확보했다. 50년 넘게 ‘달 라디오 망원경’을 꿈꿔 온 잭 번스 콜로라도대 교수의 숙원이 마침내 첫발을 뗀 것이다.

우주론에 따르면 빅뱅 38만 년 뒤 우주는 처음으로 중성 수소로 채워졌고, 별도 은하도 없는 암흑 시대가 5천만~1억 년 이어졌다. 이때 수소 원자가 내는 초장파(21cm) 전파를 포착하면 우주 최초 구조 형성 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지구 전리층이 이 주파수를 차단해 관측은 불가능했다. 전파가 방해받지 않는 달 뒷면이 ‘우주 탄생 라디오’ 청취에 최적지로 꼽혀 온 이유다.

ROLSES 데이터는 향후 달 착륙선에 실릴 NASA ‘루나 서피스 전자기 실험’(2026년 예정) 설계 고도화에 활용된다. 두 임무를 필두로 지구 남극·사막에 건설 중인 10여 개 초저주파 전파관측 프로젝트가 암흑 시대와 ‘우주 새벽(코스믹 돈)’ 탐색 경쟁에 나선다. 우주 거대 구조의 씨앗이 된 암흑 물질 분포, 최초 별·은하 탄생 시점, 재이온화 과정 등이 핵심 타깃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은 이미 4억 년 이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은하들을 잇달아 포착해 초기 우주가 생각보다 훨씬 ‘밝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빅뱅 50만~1억 년 구간은 여전히 공백이다. 코펜하겐대 샬럿 메이슨 박사는 “플랑크 위성의 우주배경복사 지도와 JWST의 초기 은하 사이를 이어 줄 관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디세우스의 불시착에도 번스 교수는 “달 라디오 천문학의 개막”이라며 환호했다. 달 뒷면 대규모 전파망원경 건설을 위한 검증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NASA 고다드센터의 산지타 말호트라 박사는 “가능한 모든 물리 과정은 결국 일어난다”고 말했다. 암흑 시대를 밝힐 인류의 ‘라디오 귀’가 달에서 자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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