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리 은하를 벗어나 시속 600만 ㎞ 이상으로 질주하는 ‘초고속 별’들이 있다. 유럽우주국(ESA)의 정밀 천체관측 위성 가이아(Gaia)가 포착한 21개 가운데 최소 3개, 많게는 9개가 큰마젤란은하(LMC)에서 솟구쳐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연구진은 “LMC 중심부에 태양 질량의 약 60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5월 초 보고했다.
별이 광속의 0.5%에 달하는 속도를 얻으려면 엄청난 ‘중력 슬링샷’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쌍성계가 블랙홀 근처를 스치며 한 별은 블랙홀에 포획되고, 짝별은 거대한 궤도 에너지를 킥으로 받아 사방으로 튕겨 나간다”는 ‘힐스 메커니즘’을 작동 원리로 제시했다. 실제로 우리 은하 중심 궁수자리 A*에서 방출된 초고속 별도 같은 방식으로 설명된다. 가이아 자료는 별 위치·거리·3차원 속도를 오차 0.001% 수준까지 제공한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별들의 과거 궤적을 시뮬레이션 해 발원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3개는 궤도가 LMC 중심을 강하게 가리켰고, 6개도 LMC 기원을 더 잘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계산한 LMC 블랙홀 질량은 약 60만 태양질량으로, 은하 규모 대비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지금까지 초대질량 블랙홀은 거대 은하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질량이 우리 은하의 1%에 불과한 LMC에서도 존재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블랙홀-은하 공진화의 최소 스케일”을 밝힐 단서가 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LMC 블랙홀이 쏜 별이 앞으로도 은하 헤일로 곳곳을 가로지를 것”이라며 “가이아 후속 임무와 지상 초대형 망원경으로 더 많은 초고속 별을 찾아내면, 작은 은하 속 블랙홀의 존재와 성장사를 훨씬 정밀하게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