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서 불과 6광년…‘바너드별’ 주위에 지구형 행성 4개 확인
지구서 불과 6광년…‘바너드별’ 주위에 지구형 행성 4개 확인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구와 가까운 적색왜성 ‘바너드별’을 도는 초소형 행성 4개가 공식 확인됐다. 지난해 제기된 후보를 후속 관측으로 추적한 결과로, 반경 수백만 ㎞ 안쪽을 도는 초밀집 행성계가 드러났다. 미국 시카고대 리트빅 바산트 연구팀은 하와이 제미니북 망원경의 고해상도 분광기 ‘마룬-X’를 이용해 3년간 바너드별의 미세한 요동(라디얼 속도)을 지속 측정했다. 별이 주기적으로 앞으로 뒤로 흔들리는 진폭과 빈도를 분석하면 행성의 질량과 공전 주기를 역산할 수 있다.

관측 결과 네 행성의 질량은 지구의 0.2~0.3배에 불과해 암석형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안쪽 행성은 별에서 약 270만㎞ 떨어져 2.5일마다 한 바퀴를 돌고, 가장 바깥 행성도 3.5백만㎞ 거리에서 7일이 채 안 되는 주기로 공전한다. 수성이 태양에서 5,800만㎞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으로 가까운 초고온 세계다. 바너드별은 1916년 미국 천문학자 에드워드 바너드가 발견했으나, 1963년 “목성급 거대 행성을 찾았다”는 네덜란드 천문학자 피터 판더캄프의 발표가 추후 장비 오차로 번복되면서 ‘유령 행성’ 논란의 대명사가 됐다. 이번 연구는 반세기 넘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다. 또한 라디얼 속도 기법으로 포착한 행성 가운데 질량이 가장 작은 축에 속해, 외계 행성 탐사의 관측 한계를 한 단계 낮췄다는 의의도크다.

연구진은 “바너드별 행성계의 공전면이 지구 시선과 거의 일직선이어서 향후 직접 촬영(다이렉트 이미징)의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행성들이 별 앞을 가로지르는 ‘트랜싯’ 현상은 일어나지 않아, 반지름이나 대기를 분석할 기회는 제한적이다. 행성 형성 이론에 따르면, 적색왜성 주변 암석 행성은 원래 먼 거리에서 생성된 뒤 원시 원반과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안쪽으로 밀려 들어온다. 라이스대 안드레 이지도루 연구팀은 “바너드별 외곽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추가 행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표면 온도가 더 낮은 ‘생명 거주 가능 지대’에서도 암석 행성이 숨어 있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가까운 이웃별에서 확인된 이번 초소형 행성군은 향후 차세대 망원경의 탐사 목표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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