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망원경은 왜 비싼 값어치를 할까…허블 34년, JWST 2년이 보여준 ‘지구 밖 관측’의 3가지 힘
우주 망원경은 왜 비싼 값어치를 할까…허블 34년, JWST 2년이 보여준 ‘지구 밖 관측’의 3가지 힘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작디작은’ 2.4m 주경을 가진 허블우주망원경(HST)은 1990년 4월 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의 화물칸에서 분리된 뒤 34년째 현역이다. 지상 망원경보다 작지만, 지구 대기층 위 560km 궤도에 자리한 덕분에 인간 시야를 넘어선 우주를 가장 또렷하게 그려냈다.

막대한 예산과 위험 부담에도 인류가 우주 망원경의 눈을 계속 넓히는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지상에서 가장 어두운 사막에서도 대기는 미약한 공기광(airglow)을 낸다. 도시의 빛 공해까지 더해지면, 초미세 천체의 빛은 배경광에 묻혀버린다. 허블·제임스웹(JWST)처럼 대기 밖에서 찍은 영상이 유독 깊고 선명한 이유다.

지상 망원경은 난류로 인한 별빛 ‘요동’(시상·seeing)에 발목을 잡힌다. 별이 반짝이는 현상은 낭만적이지만, 과학엔 해롭다. 빛이 퍼지면서 분해능이 떨어지고, 극도로 희미한 천체는 아예 사라진다. 대기 밖에선 이런 오차가 사라져 JWST는 134억 광년 밖의 은하의 점빛까지 잡아냈다. 대기는 자외선·X선·감마선 같은 고에너지 빛과, 수증기·이산화탄소가 흡수하는 적외선을 대부분 가로막는다. 허블은 자외선·가시광·근적외선을, JWST는 중적외선을, 찬드라는 X선을, 페르미는 감마선을 본다. 이 다색(多色) 데이터가 합쳐져 블랙홀, 감마선 폭발, 갈색왜성 같은 신종 천체가 우후죽순 발견됐다.

우주 발사체에 실어야 하므로 크기에 한계가 있다. JWST는 6.5m 거대 거울을 ‘접었다 펴는’ 방식을 택했으나 위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넘겼다. 허블도 1970년대 설계 이후 발사까지 지연을 거듭하며 현재 가치 195억 달러가 투입됐다. 반면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건설 중인 유럽남천문대(ESO)의 초거대망원경(ELT·주경 39m)은 20억 달러 수준이다. 지상 제작·유지·업그레이드가 훨씬 수월해서다. 대신 대기가 허용하는 가시광·근적외선만 볼 수 있고 분해능(해상도)도 우주 망원경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허블이 찍은 외계은하를 지상 전파·전파간섭망원이 추적 관측하듯, ‘지상+우주’ 다중 파장 협업이야말로 138억 년 우주사를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길이다.

초고가·초대형 시대 속에서도 우주 망원경은 여전히 ‘값비싼 사치’가 아닌 필수 연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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