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일본 민간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ispace)가 두 번째 달 착륙에 도전했지만 또다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스페이스의 ‘하쿠토-R 미션2(Resilience)’ 착륙선은 5일 새벽 3시 13분(일본시간) 달 상공 100km 궤도에서 감속 착륙 시퀀스에 돌입했다. 예정대로라면 4시 17분경 냉해의 바다(Mare Frigoris) 중앙부에 연착륙해야 했지만, 고도 192m 지점에서 지상과의 통신이 두절됐다. 관제팀은 즉각 시스템 재부팅을 시도했으나 신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회사 측은 “레이저 고도계 데이터 수신이 지연되면서 예상보다 큰 속도로 하강했고, 뒤늦게 감속했으나 충격을 견딜 만큼 충분히 느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달 착륙은 지구 재진입보다도 까다롭다. 대기가 없어 공력제동이 불가능해 엔진 추력만으로 속도를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 사고 원인은 지난해 4월 첫 착륙선(M1) 추락 때와 비슷하게 ‘센서-소프트웨어 통합 오류’로 추정된다. 미국 노트르담대 달 과학자 클라이브 닐 교수는 “이 정도까지 접근했다는 건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알고리즘 미세 조정이 남았다는 뜻”이라며 “수정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레질리언스가 무사히 내려앉았다면 미국 업체 인튜이티브머신즈(IM)에 이어 두 번째, 미국 외 기업으로는 최초의 민간 달 착륙 기록이 될 뻔했다. 착륙선에는 ▲물 전기분해 실험장치 ▲대만 국립중앙대 심우주 방사선 탐침 ▲유럽 자회사(룩셈부르크)가 제작한 로버 ‘테너셔스’ 등이 실렸다. 테너셔스는 고해상도 파노라마와 월면 토양(regolith) 자료를 수집하고, 스웨덴 예술가 미카엘 옌베리의 ‘작은 붉은 집’ 작품을 실어 문화적 의미도 더할 계획이었다.
레질리언스는 1월 15일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출발했다. 같은 로켓에는 미 텍사스 기업 파이어플라이의 ‘블루 고스트’ 착륙선도 동승했으며, 블루 고스트는 지난 3월 2일 달 남극 부근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스페이스는 연료를 아끼는 저에너지 전이 궤도를 택해 두 달 넘게 달 주위를 공전하다 5월 7일 궤도 진입을 완료했다.
맥쿼리대 리처드 더 그리스 교수는 “NASA를 비롯한 정부 우주기관이 비용 절감을 위해 민간과 손잡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앞으로도 여러 기업이 한 번에 발사돼 달에서 성능을 겨루는 ‘군집 임무’ 형태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스페이스는 이미 2026년을 목표로 한 미션3 준비에 착수했다. ‘세 번째 도전이야말로 성공’이라는 일본 특유의 ‘삼세번 정신’이 달에서 통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