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온 g-2 ‘마지막 판결’… 표준모형 흔들까, 다시 굳힐까
뮤온 g-2 ‘마지막 판결’… 표준모형 흔들까, 다시 굳힐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표준모형의 최대 난제’로 불렸던 뮤온 자기모먼트(g−2) 편차가 또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페르미연구소(Fermilab) 뮤온 g−2 실험팀은 3일(현지시간) 최종 측정값을 발표하며 “127억분의 1(127 ppb) 정밀도”라는 역대 최고 기록을 자랑했지만, 불과 일주일 전 이론가들이 내놓은 최신 계산이 실험값과 사실상 일치해 버린 탓이다.

뮤온은 전자의 200배 무거운 사촌 격 입자로, 외부 자기장 속에서 회전 속도(프리세션)가 미세하게 어긋난다. 이 어긋남 g−2 값은 양자진공에 출몰하는 가상입자에 좌우돼 “새 물리” 탐색 지표로 주목받아 왔다. 2001년 브루크헤이븐 국립연구소와 2021·2023년 페르미랩 1·2차 데이터는 표준모형 예측과 약 4.2시그마 차이를 보여 ‘새 입자 존재’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인 강력 상호작용(해들론) 기여분을 ‘전자 충돌 실험’으로 우회 추정하던 전통 방식 대신, 최근 이론가들은 슈퍼컴으로 계산하는 ‘격자 QCD’ 방법을 채택했다. 5월 27일 공개된 Muon g−2 Theory Initiative 백서 초안은 “격자 QCD 결과만 반영하면 이론값과 실험값 차이는 1ppb 미만으로 사실상 긴장(tension)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공개된 최종 측정값은 g−2 = 0.001 165 920 705. 2021·2023년 수치와 오차 한계 안에서 일치한다. 실험 대변인 브렌던 케이스는 “버팔로 무게를 해바라기씨 한 톨 오차로 재는 격”이라며 “판정은 이론 커뮤니티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만약 격자 QCD가 옳다면 슈퍼대칭 등 다수의 ‘표준모형 너머’ 이론은 강력한 제약을 받게 된다. 독일 마인츠대 하르무트 비티히 교수는 “전자 기반 데이터와 격자 계산이 왜 엇갈리는지 아직 미스터리”라며 “계산·실험 모두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험 측정은 종료됐지만, 연구진은 50m 저장링 활용해 다른 뮤온 정밀실험을 계획 중이다.

상하이교통대 카우김샹 박사는 “표준모형과 맞든 안 맞든, 우리는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며 “이번에 틈이 닫혔다면, 더 높은 에너지·다른 관측 채널에서 새 물리를 찾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모형의 ‘황금 실험’으로 불린 뮤온 g−2 대결은 당분간 0 대 0, 계시는 보류 상태다. 하지만 과학은 패배가 없는 게임. 틈이 닫히면 다른 문을 두드리는 것이 연구자들의 다음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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