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포착한 태양 남극… 솔라 오비터, ‘우주 기상’ 예측 새 지평 열다
인류 최초로 포착한 태양 남극… 솔라 오비터, ‘우주 기상’ 예측 새 지평 열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유럽우주국(ESA)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추진 중인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지난 3월 태양 남극을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지구에서 관측할 수 없었던 태양 극지방을 직접 촬영한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이 태양 극지역의 자기장 구조와 11년 주기의 태양 활동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태양과 행성들은 모두 ‘황도면’이라 불리는 같은 평면을 따라 공전한다. 지구와 대부분의 관측 위성 역시 이 평면에 놓여 있어 태양을 항상 옆에서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극지방은 가장자리에 가려져 실제 모습을 직접 확인하기 어려웠다. 솔라 오비터는 2020년 2월 발사 이후 금성을 여러 차례 스윙바이해 궤도 기울기를 꾸준히 높여 왔다. 현재 황도면과 17도 가량 기울어진 궤도를 돌고 있으며, 임무 말기에는 33도까지 기울어져 태양 극지를 정면에 가깝게 바라보게 된다. 이번 남극 촬영은 그 첫 성과다. 4월 말 촬영한 북극 자료는 아직 전송 중이다.

태양 극은 단순한 지리적 위치가 아니라, 태양 자기장의 극이 자리한 핵심 구역이다. 태양은 겉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내부 플라즈마가 끓어올라 거대한 자기장을 만들어 낸다. 이 자기장은 약 11년 주기로 극성이 완전히 뒤바뀌면서 흑점·플레어·코로나질량방출(CME) 등 격렬한 활동을 유발한다. 솔라 오비터의 극지 자외선 영상과 가시광선 분광계 자료를 종합 분석한 초기 결과에 따르면, 현재 태양은 활동 최성기답게 남극 표면에 ‘북(N)·남(S)’ 성격의 국부 자기장 반점이 뒤섞인 상태다. 연구팀은 “이론 모델이 예측한 대로 복잡한 자성 패치가 얽혀 있다”라며 “태양극 자기장이 소용돌이치는 과정이 실측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플라즈마와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주변으로 날아드는 ‘우주 기상’은 인공위성 통신 장애, 전력망 마비, 우주비행사 방사선 피폭 등 치명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CME 발생 경로는 극지 자기장 구조와 밀접하게 연동된다. 이번 극지 영상은 CME 발원과 확산 경로를 더 정확히 추적하는 데 활용돼 예보 정확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솔라 오비터는 오는 10월 남극 인근 고해상도 촬영, 2026년 이후 더욱 기울어진 궤도에서의 극지 종합 관측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과학자인 다니엘 뮐러 박사는 “울리시스(Ulysses) 탐사선이 1990년대 극지역 자기장을 간접 측정했으나, 카메라가 없어 실제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며 “솔라 오비터가 마침내 태양의 마지막 미지 영역을 눈으로 확인시켜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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