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안데스에서 첫 빛 잡은 ‘루빈 천문대’… 우주 영화 같은 초고해상도 이미지 공개
칠레 안데스에서 첫 빛 잡은 ‘루빈 천문대’… 우주 영화 같은 초고해상도 이미지 공개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칠레 세로 파촌 산정에 들어선 베라 C. 루빈 천문대가 23일(현지 시각) 역사적인 ‘첫 관측 이미지(first light)’를 공개했다. 본격 가동 전 단 10시간 예비 관측만으로도 수천 광년 밖 성운의 가스 구름과 수백만 개 은하가 담겼다. 루빈 천문대가 향후 10년간 수행할 대규모 관측 프로젝트 ‘우주‧시간 유산 조사(LSST)’의 위력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이미지는 모두 초광각 시야를 담았다. 루빈 천문대장 젤코 이베지치 워싱턴대 교수는 “육안으로는 빈 공간처럼 보이는 밤하늘 검은 주머니가, 루빈 카메라에는 반짝이는 별·은하의 태피스트리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SST 카메라 한 컷은 32억 화소(3.2기가픽셀)에 달한다.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원본을 100%로 띄우려면 HD TV 400대를 농구장 크기에 배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 이미지는 처녀자리 은하단 일부를 포개 만든 모자이크와 궁수자리 방향 성간(星間) 성운 라군‧트리피드 등을 담은 합성 사진이다. 스탠퍼드대 루빈 카메라 총괄 아론 루드먼 박사는 “화려한 나선은하보다, 배경에 흐릿하게 찍힌 ‘솜뭉치’ 은하들에 주목해 달라”며 “50억~100억 광년 떨어진 이 은하들이야말로 우주 팽창·암흑에너지 연구의 열쇠”라고 했다.

루빈 천문대의 핵심 과학 목표는 ▲암흑물질·암흑에너지 탐구 ▲태양계 소행성‧혜성 인구 조사 ▲은하수 3차원 지도 제작 ▲초신성 등 변광·폭발 현상 실시간 관측 등 네 가지다. 남반구 전 하늘을 3일에 한 번꼴로 촬영해 ‘천체 동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예비 관측 10시간 만에 소행성 2104개를 새로 찾아냈다. 이 중 7개는 지구 궤도 근처를 통과하는 ‘근지구 천체’지만 충돌 위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루빈 측은 “본격 운영이 시작되면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소행성(약 100만 개)의 5배인 500만 개를 추가 발견할 것”으로 내다봤다.

루빈 천문대는 구경 8.4m 반사경에 세계 최대 광각 카메라(시야각 3.5도)를 결합했다. 지난해 거울·카메라 설치를 마치고 이번 ‘퍼스트 라이트’까지 각종 성능 검증을 진행해 왔다. 프린스턴대 데이터 부국장 유스라 알사이야드는 “수년간 준비한 첫 빛 포착이 현실이 됐다”며 “머지않아 남반구 밤하늘 전체가 매일같이 새로운 지도로 갱신되는 시대가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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