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계 외곽 오르트 구름에서 날아온 거대 혜성 ‘C/2014 UN271(버나디넬리-번스타인)’이 2031년 태양 근접 통과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직경 약 140km, 일반 혜성보다 100배나 큰 이 천체에서 최근 탄소 일산화물(CO) 가스 분출이 처음으로 확인돼 기원을 둘러싼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아메리칸대 나선 로스 박사팀은 3월 칠레 아타카마 고원 전파망원경(ALMA)으로 혜성을 8시간 연속 관측해 CO 방출선을 검출했다고 12일 천체물리학 회보 레터스에 보고했다. 태양과 20AU(지구-태양 거리의 20배) 이상 떨어진 극저온 환경에서도 CO 얼음이 승화하며 거대한 코마(가스·먼지 구름)를 형성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연구진은 “표면 특정 지점이 태양광을 받아 국지적 제트 형태로 CO를 뿜어내는 듯하다”며 “앞으로 자전 주기와 분출 지역 변화를 추적해 내부 조성 지도를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UN271은 2014년 촬영 영상 속에서 뒤늦게 발견돼 ‘메가 혜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궤도는 태양에서 최대 5만5천AU까지 뻗어 있으며, 2031년 토성 궤도 안쪽(11AU)까지 근접한 뒤 다시 외곽으로 나간다. NASA·ESA 허블, 제임스웹망원경(JWST)의 정밀 촬영 결과 핵 지름이 140km로 수정됐지만 여전히 관측 사상 최대다. 과학자들은 이 거대 얼음 덩어리가 태양계 탄생 초기에 형성된 ‘원시 혜성’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불안정한 충돌 과정을 거치며 작은 혜성들이 떨어져 나왔고, UN271 같은 거대 천체는 충돌을 피한 채 원형질을 간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말 전천 탐사를 시작하는 칠레 루빈 관측소는 독보적 감도로 UN271급 혜성을 더 먼 거리에서 포착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그 슈밤 영국 퀸스대 교수는 “루빈이 혜성의 광도 변화를 추적하고 ALMA가 가스 조성을 측정하면 활동 메커니즘을 완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UN271은 태양에서 약 18AU 지점을 통과 중이며, 접근할수록 메탄·황화수소 등 다른 휘발성 물질도 승화해 폭발적 분출이 일어날 전망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7년간 다파장 모니터링으로 화학 ‘지문’을 해독하면 외태양계 암흑 영역의 비밀을 밝힐 결정적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