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구에서 408광년 떨어진 전갈자리 국부 하늘, 길이 70㎞/s의 초고속 천체가 포착됐다. NASA가 지원하는 지구충돌 최후경보망(ATLAS)의 칠레 망원경이 7월 1일 밤 발견한 점(A11pI3Z)은 추적 관측 결과 태양의 중력을 벗어난 쌍곡 궤도를 그리고 있었다.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MPC)는 이를 인류가 관측한 세 번째 성간(星間) 천체로 공식 확인하고 ‘혜성 3I/ATLAS’로 명명했다.
발견 직후 아마추어·전문 관측망이 대거 투입되자 사전 촬영된 사진에서도 흔적이 속속 드러났다. 팔로마 천문대의 즈위키 천구 변광 탐사(ZTF)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가 궤도 계산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3I/ATLAS는 초당 70㎞라는 태양계 치고는 말도 안 될 속도로 내태양계를 향해 돌진 중인 것이 드러났다. 이 속력은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 혹은 모항성 주변을 스치고 나며 튕겨 나온 결과로 보인다. 현재 예상 궤도에 따르면 이 혜성은 10월 말 화성 궤도 안쪽(태양–혜성 거리 약 2억1000만㎞)까지 접근한 뒤 다시 별들 사이 암흑으로 돌아간다. 지구와의 최단 거리는 약 2억4000만㎞로, 충돌 위험은 전혀 없다.
100건이 넘는 관측 자료는 3I/ATLAS가 명백한 혜성임을 시사한다. 태양열에 녹은 얼음이 가스·먼지 구름(코마)을 형성하며 꼬리를 끌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코마가 워낙 밝아 핵 지름은 5~50㎞ 범위로만 추정될 뿐이다. NASA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등 고해상도 적외선 관측이 실행되면 크기·조성·분출 가스를 정밀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타와대 지질학자이자 ATLAS팀 연구책임자 래리 데느는 “성분이 태양계 혜성과 유사하다면 행성계 형성이 보편적일 수 있고, 완전히 다르다면 그 차이를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1I/‘오무아무아, 2019년 2I/보리소프에 이어 세 번째로 확인된 성간 천체라는 점에서 3I/ATLAS는 ‘우주판 타이브레이커’로 주목받는다. 길쭉한 모양과 불가해한 가속으로 논란을 불렀던 오무아무아, 평범한 혜성 같았던 보리소프 가운데 어느 쪽이 일반적인지 가늠할 중요한 샘플이라는 뜻이다. 칠레에 막바지 구축 중인 거대조망망원경은 수일 간격으로 전 하늘을 촬영하며 성간 천체를 대량 포착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유럽우주국(ESA)의 ‘혜성 인터셉터’ 미션도 2029년 발사를 목표로 성간·장주기 혜성을 우주선이 직접 방문할 기회를 노린다.
워싱턴대 천문학자 마리오 유리치는 “3I/ATLAS가 오무아무아가 특이했던 건지, 아니면 우주가 상상 이상으로 다채로운지 가늠할 열쇠”라며 “루빈 망원경이 가동되면 이런 손님을 ‘개별 이벤트’가 아닌 ‘인구 집단’으로 연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별들 사이를 수천만 년 유영하다 지구 근방을 스쳐 가는 외계 혜성. 3I/ATLAS는 태양계가 은하 속에서 고립된 섬이 아님을 새삼 일깨우며, 우주 이웃의 실체를 밝힐 연구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