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은 매초 7억t의 수소를 6억9,500만t의 헬륨으로 융합하여 인류 65만 년치를 한순간에 내놓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 거대한 핵융합 ‘발전소’ 덕분에 지구 평균기온은 15℃ 안팎을 유지하며 생명이 번성해 왔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시간을 수십억 년 단위로 늘려 보면 태양은 결코 변함없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태양이 노화하며 서서히 밝아지고, 결국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오르는 과정에서 지구는 극한의 온실이 되고 만다는 시나리오다.
태양 중심에서는 헬륨 ‘재’가 계속 축적돼 밀도·온도가 상승한다. 물리 법칙상 압축된 가스는 뜨거워지므로 핵심부 온도 증가는 곧 광도(빛 에너지) 증가로 이어진다. 계산에 따르면 약 10억 년 뒤 태양 빛은 현재보다 10%가량 강해진다. 이때 지구의 이론적 평균기온은 15℃에서 30℃ 안팎으로 올라가고, 바다 증발과 수증기 증가로 온실효과가 가속되면서 ‘습한 온실(humid greenhouse)’ 단계에 들어갈 전망이다. 더 치명적인 분기점은 30억 년 후로 예측된다. 태양 밝기가 35% 이상 증가하면 해양이 완전히 증발해 지구 표면은 메마른 사막 행성으로 변한다. 수증기는 우주로 탈출해 대기가 급격히 희박해지고, 표면온도는 100℃를 훌쩍 넘게 된다. “이 시점이 지구 생명 가능성의 사실상 종착역”이라고 천문학자들은 말한다.
50억 년 뒤 태양은 수백만 년에 걸쳐 반지름이 100~150배로 팽창하며 적색거성이 된다. 복사 에너지는 최대 2,400배로 뛰고, 표면온도는 떨어지지만 지구 궤도 근방까지 불덩어리가 다가온다. 일부 연구는 지구가 태양 팽창 범위에 완전히 삼켜질 것으로, 다른 연구는 간신히 살아남지만 납이 녹는 1,300℃에 달해 용암 행성이 될 것으로 본다. 어느 쪽이든 대기는 탈출해 사라진다.
태양이 질량을 잃으면 중력 약화로 행성들은 궤도가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러나 수성·금성은 확실히 증발하고, 목성은 300℃ 이상 달궈져 위성의 얼음 바다가 끓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50AU(지구–태양 거리의 50배) 밖 명왕성조차 –10℃로 겨우 물이 존재할 수준이다. 적색거성이 외피를 날려 보낸 뒤 태양 핵은 지구 크기의 초고밀도 백색왜성으로 수축한다. 복사량이 극히 줄어 행성들은 다시 영하 수백 도로 식는다. 결국 태양계 전체가 생명이 살 수 없는 극저온 무대로 변한다.
남은 시간은 최소 수십억 년. 하지만 과학계는 “장기적으로는 항성 간 이주 기술 개발 또는 행성 궤도 이동 같은 공학적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태양계 밖 새로운 ‘제2의 지구’를 찾아 나서거나, 지구 자체를 서서히 더 먼 궤도로 끌어내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우주선 추진·행성공학 전환점은 아직 요원하지만, 언젠가 “집이 불타오르기 전에 짐을 꾸려야 할” 날이 올지 모른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