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서 온 ‘중력파 삼각위성’ … 블랙홀 탄생의 비밀 2035년 첫 포착한다
우주서 온 ‘중력파 삼각위성’ … 블랙홀 탄생의 비밀 2035년 첫 포착한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유럽우주국(ESA)이 2035년 발사 목표로 추진 중인 차세대 중력파 관측선 ‘리사(LISA·Laser Interferometer Space Antenna)’가 최종 사업 승인을 받았다. 허블·제임스웹 같은 광학망원경이 빛으로 우주를 ‘보는’ 시대를 열었다면, 리사는 시공간의 잔물결인 중력파로 초기 우주를 ‘듣는’ 새 영역을 개척한다. 리사는 정육면체 금·백금 질량표준을 실은 세 대의 위성이 태양 둘레를 250만 km 간격 삼각 편대로 공전하며 레이저를 주고받아, 길이 변화가 10^-12 m(수소원자 크기의 만 분의 1) 수준인 중력파 신호를 포착한다. 주파수 대역은 주기가 초~시간 단위로, 지상 LIGO(라이고)·비르고가 탐색하는 밀리초 대역과 펄사 타이밍 어레이가 맡은 년 단위 대역 ‘사이’를 메운다.

이에 따라 리사는 태양질량 1만1,000만 배급 중형·준초대질량 블랙홀 병합을 합병 수 주수 시간 전부터 실시간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ESA 과학책임자 노라 뤼츠겐도르프는 “연간 몇 건의 합병을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관측 사각지대였던 질량대 블랙홀 병합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리사는 수억 년 된 초기 은하 충돌뿐 아니라, 우주 나이 약 2억 년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원시 블랙홀·우주상(相)전이로 생긴 가설적 ‘원시 중력파’도 사냥 대상이다.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의 ‘무(無)-머리’ 정리(블랙홀 특성은 질량·전하·스핀만으로 완전 규정) 검증 역시 핵심 과제다.

2030년대 중반 이후 중력파 관측망은 ‘멀티밴드’ 시대로 진입한다. 일본·중국도 각각 가가·타이지 등 우주 간섭계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며, 유럽은 라이고 3세대급 지하 관측소 ‘아인슈타인 망원경’ 건설지를 내년께 확정한다.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 미켈레 푼투로 코디네이터는 “첫 별 탄생(약 2,000만 년 후) 이전 사건까지 포착해 원시 블랙홀 존재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일부 연구진은 리사를 뛰어넘는 ‘빅뱅 옵서버(BBO)’ 개념도 검토한다. 여러 개 삼각 편대가 겹층 형상을 이뤄 은하계 내 거의 모든 중력파 원을 제거(신호 제거)한 뒤, 빅뱅 직후 생긴 순수 시공간 잔물결만을 분리 측정한다는 구상이다. 몬태나 주립대 닐 코니시 교수는 “리사가 준비단계라면 BBO는 궁극 목표”라며 “리사 성공이 BBO 논의를 본격화할 촉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력파가 열어 갈 ‘소리 없는 우주 연대기’가 빅뱅 이후 138억 년 비밀을 얼마나 벗겨낼지, 2030년대 중반 인류는 또 한 번 우주 관측사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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