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션 더피 교통부 장관을 미 항공우주국(NASA) 임시 행정관에 지명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교통부 장관직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통령은 “더피 장관이 교통부에서 보여준 뛰어난 리더십을 우주 분야에서도 발휘할 것”이라며 “그는 짧은 기간이더라도 NASA를 훌륭히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는 상원 세출위원회가 10일 NASA 전체 예산의 4분의 1가량을 삭감하고 과학임무 예산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2026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하기 직전에 발표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트럼프식 속도전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피 장관은 X(옛 트위터)에 “임무 수락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우주를 장악할 시간이다. 발사하자!”라고 올렸다. 그는 케네디우주센터장을 지낸 재닛 페트로 대행의 뒤를 이어 NASA 지휘봉을 잡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이스X와 밀접한 재러드 아이작먼을 NASA 행정관으로 지명했다가 지난달 철회했다. 엘런 머스크와의 갈등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아이작먼 낙마 후에는 2026년까지 수장 공백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지만, 트럼프는 ‘측근 카드’를 꺼냈다. 폭스비즈니스 진행자 출신인 더피 장관은 1997년 MTV 리얼리티쇼 ‘리얼 월드’로 얼굴을 알렸고, 2011~2019년 위스콘신주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올 1월 28일 교통부 장관에 취임한 뒤 연이은 항공 안전사고로 몸살을 앓는 연방항공청(FAA)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NASA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가 ‘고강도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백악관이 추진 중인 연방 공무원 ‘유예 사직 제도(Deferred Resignation Program)’와 구조조정(RIF) 정책으로 2,000명 이상의 고위 인력이 떠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산안이 확정되면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단계인 40여 건의 과학·탐사 임무가 취소 위기에 놓인다. 행정 명령에 따라 달·화성 유인 탐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행성 과학·천체 물리 분야 예산은 대폭 삭감될 전망이다.
현 회계연도는 9월 30일 종료된다. 한 NASA 관계자는 “그 이후 고용이 보장된 임무가 사실상 없다”며 “더피 체제에서 추가 감원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트로 대행은 4월 콜로라도 스프링스 ‘스페이스 심포지엄’에서 “새 행정관 임명이 시급하다”고 토로해 왔다. 더피 장관 취임으로 부담을 덜게 됐지만, NASA 안팎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