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 블랙홀 ‘금기 질량’ 합체 첫 포착…우주 블랙홀 성장 시나리오 새로 쓴다
초거대 블랙홀 ‘금기 질량’ 합체 첫 포착…우주 블랙홀 성장 시나리오 새로 쓴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가 태양 질량 100배와 140배로 추정되는 두 블랙홀의 충돌·병합을 확인했다. 태양 질량 225배 규모로 탄생한 최종 블랙홀은 지금까지 중력파로 관측된 합체 중 가장 거대한 사례다. 이번 발견은 2023년 11월 관측된 중력파 신호(GW231123)를 정밀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합체에 관여한 블랙홀들이 ‘금기 영역’이라 불리는 60~130배 질량 구간에 위치해 기존 별의 초신성 폭발만으로는 생성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별이 폭발 단계에서 완전히 산산조각나 버려야 하는 질량대이기 때문이다. 학계는 이 두 블랙홀이 이전 세대 블랙홀 합병을 거듭한 ‘위계적 병합’의 산물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두 블랙홀은 초당 40회가 넘는 극한 회전 속도를 보였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안정 한계에 근접한 값으로, 블랙홀 성장과 회전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천문학계 최대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인 초대질량 블랙홀의 초기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LIGO는 미국 내 두 곳의 관측소를 활용해 레이저 빔으로 4킬로미터 길이 L자형 진공관을 오가며 시공간의 미세한 진동을 측정한다. 관측소 한 곳이라도 문을 닫으면 중복 검증이 불가능해져 신호 판별이 어려워진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LIGO 운영비 대폭 삭감을 예고하면서 과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구진은 “차세대 업그레이드와 인도 등 전 세계 신규 중력파 관측소가 가동되면 수천 건의 블랙홀 합병을 탐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성과는 이제 막 시작된 중력파 천문학이 얼마나 빠르게 우주 비밀을 풀어갈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