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별 속 행성의 씨앗 포착… 태양계 기원 비밀 푸는 열쇠 될까
신생 별 속 행성의 씨앗 포착… 태양계 기원 비밀 푸는 열쇠 될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과학자들이 우주의 별을 관찰하던 중, 태양계 탄생 초기의 단서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을 포착했다. 이 발견은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밝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 연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칠레의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망원경(ALMA)을 활용해 지구로부터 약 1,400광년 떨어진 오리온자리 내 거대한 별 탄생 지역에서 매우 어린 원시별 ‘HOPS-315’를 관측했다. 

HOPS-315는 태양 질량의 약 60% 수준으로, 향후 태양과 유사한 별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는 별 주변을 둘러싼 두꺼운 가스와 먼지로 가려져 있지만, JWST의 적외선 기술과 ALMA의 전파 관측 능력 덕분에 이 가리개를 뚫고 내부 구조를 전례 없이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관측 결과, 연구팀은 뜨거운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원시 행성 원반을 확인했다. 이 원반은 행성의 씨앗이 되는 물질들이 뭉쳐 행성으로 성장하는 '요람'으로, 태양계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됐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해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원반 내부에서 고온의 가스가 식으면서 생겨나는 결정질 광물 입자들이 실제로 포착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의 오래된 운석에서 발견되는 칼슘-알루미늄 포함물(CAI)과 유사한 조건에서 형성된 것으로, 태양계 초기의 ‘시간 0’이라 불리는 시점을 정의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CAI는 태양계에서 가장 먼저 굳은 고체 물질로 여겨지며, 이후 행성 형성의 씨앗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에서는 비록 CAI 자체를 직접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환경에서 생성된 광물질들이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됐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교의 천문학자 멜리사 맥클루어 연구진은 "이번에 관측된 원반 내부의 결정질 실리케이트는 CAI가 형성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광물질들은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의 두 배에 해당하는 영역에서 발견됐으며, 이는 태양계 내 소행성대 위치와도 일치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세인트로니카대학교의 행성 형성 이론가 필 아미티지 박사도 “HOPS-315에서 CAI 형성 조건이 원시별 생성 후 약 수십만 년 이내에 갖춰졌다는 강력한 근거”라며, 이는 여러 이론과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관측에서 HOPS-315가 방출하는 제트 분출에 실리콘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실리콘은 행성 형성의 핵심 요소로, 그 부족은 이미 행성의 씨앗인 소행성체가 원반 내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또 다른 간접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이번 발견은 과거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관측된 또 다른 원시별 HOPS-68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했다. 당시에는 원반이 아닌 외곽 가스층으로 오인되었던 구조들이, 지금의 기술로 다시 본다면 행성 형성의 흔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측이 태양계의 기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향후 다양한 연령대의 원시별을 추가로 관측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WST와 ALMA의 향후 역할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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