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스쳐 가는 ‘외계 혜성’ 3I/아틀라스 … 110억 년 우주 방랑자의 비밀을 풀 기회
태양계 스쳐 가는 ‘외계 혜성’ 3I/아틀라스 … 110억 년 우주 방랑자의 비밀을 풀 기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천문학계가 세 번째 ‘성간 방문객’으로 기록될 소행성 겸 혜성 3I/아틀라스(3I/ATLAS)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칠레 ATLAS 관측망에서 발견된 이 물체는 목성 궤도를 통과해 올해 말이면 다시 성간 공간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기간이 불과 몇 달인 만큼, 각국 연구팀은 허블·웹 우주망원경까지 동원해 관측 경쟁에 들어갔다.

3I/아틀라스의 공전 궤도는 낙하산처럼 펼쳐진 쌍곡선이다. 태양의 중력에 붙잡히지 않을 만큼 빠른 시속 21만km(초속 60㎞)로 질주하고 있어, 다른 별계에서 방출됐음이 확실시된다. 궤적을 역추적한 초기 연구에 따르면, 이 물체는 은하 원반 위아래로 두껍게 부풀어 오른 ‘두꺼운 원반(Thick Disk)’ 영역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두꺼운 원반은 나이가 많은 별이 몰려 있어 3I/아틀라스의 형성 시기가 80억~110억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3I/아틀라스는 화성 궤도 안쪽으로 진입 중이지만, 아직 혜성 특유의 긴 꼬리나 광대한 코마(가스 구름)는 관측되지 않았다. 태양열이 강해지는 8∼10월께 얼음이 승화하며 뚜렷한 꼬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UCLA 연구진은 ‘가스 커튼’이 드리워지기 전인 8월 허블로 직경을 측정할 계획이다. 대다수 천문학자는 1~2㎞ 규모로 예상하지만, 만약 10㎞ 이상이면 “은하에 대형 성간 천체가 드물다”는 기존 통계가 흔들릴 수 있다.

밝기 변화를 통해 파악할 자전 주기도 핵심 관심사다. 거대 가스 행성 근접 통과처럼 격렬한 방출 메커니즘을 거쳤다면 빠르게 회전할 것이고, 별이 죽으면서 중력이 약해져 천천히 밀려났다면 느릴 수 있다. 회전 주기는 모양을 가늠하는 힌트도 준다. ‘오우무아무아’처럼 길쭉하거나 팬케이크형일지, 비교적 둥근 형태일지는 자전 데이터에 담긴다.

3I/아틀라스는 10월 화성 공전궤도(태양∼지구 거리의 0.2배)를 스쳐 지나 12월이면 영영 시야에서 사라진다. 남은 관측 기간은 5개월 남짓. 태양계 밖 태고의 물질 조성을 직접 분석할 드문 기회이자, 성간 천체의 기원·분포·방출 과정을 규명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방문객이 태양계 형성 이론과 은하 진화 모델을 시험할 결정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짧은 만남이지만, 남길 과학적 유산은 오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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