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예산 반토막 위기… ‘보이저 선언’ 280인 집단 반발
NASA 예산 반토막 위기… ‘보이저 선언’ 280인 집단 반발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미국항공우주국(NASA) 전 ·현직 직원 280여 명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보이저 선언’이라 명명된 이 서한에는 우주비행사 4명을 포함한 연구원·기술자들이 서명했다. 이들은 “최근 6개월간의 성급하고 낭비적인 변화가 인력과 임무 수행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션 더피 임시 국장에게 전례 없는 예산 삭감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의회 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NASA는 최근 해고·명예퇴직 압박 등으로 전체 1만7000여 명 가운데 2600명 이상이 조직을 떠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과학 예산을 거의 절반으로 줄이는 안도 제시한 상태다. 이미 1억1800만 달러 상당의 연구 지원금이 전액 취소됐으며, 운영 중인 탐사선 일부는 ‘폐기 계획’을 제출하라는 지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명자들은 우주비행 안전성이 정치적 판단 뒤로 밀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선언문은 “운용 중인 우주선이 일단 폐기되면 다시 가동할 수 없다”며 장기 임무 중단의 비가역성을 경고했다. NASA 대변인 베서니 스티븐스는 “우리는 결코 안전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주 경쟁에서 다시 국민의 영감을 얻으려면 저우선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백악관 예산안에는 유럽우주국(ESA)과 공동 추진 중인 화성·금성 탐사 참여 중단도 포함돼 있다. 선언문은 “국제 임무 철수는 동맹국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우려했다.

앞서 미국국립보건원(NIH) 480여 명은 ‘베데스다 선언’을, 환경보호청(EPA) 일부 직원은 별도 서한을 통해 감원 조치에 항의했다. EPA 국장은 서명자 100여 명을 직위해제했지만, NIH 수장은 “건전한 이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연방 예산 편성 권한은 의회에 있다. 전문가들은 “의회가 일부 삭감을 되돌릴 가능성이 있지만, 조직 해체가 진행되면 복구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보이저 선언은 “우리가 우주를 향해 내딛던 발걸음이 꺾이고 있다”며 “NASA가 세계 과학 리더십을 계속 유지하려면 현행 구조조정을 즉시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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