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스쳐 가는 ‘외계 손님’ 잇따라… 하늘에 쏟아질 별나라 먼지, 잡을 방법 있나
태양계 스쳐 가는 ‘외계 손님’ 잇따라… 하늘에 쏟아질 별나라 먼지, 잡을 방법 있나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태양계를 관통하는 외계 천체가 연달아 포착되면서 지구 천문학계가 ‘별나라 방문객’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 발견된 첫 번째 성간 천체 ‘1I/오우무아무아’에 이어 2019년 혜성 ‘2I/보리소프’, 올해 들어 소행성 ‘3I/아틀라스’까지 세 차례 확인되면서, 이러한 외계 물질이 생각보다 자주 태양계를 지나간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과학계는 “한 번은 예외, 두 번은 가능성, 세 번이면 추세”라며 성간 천체가 상시적으로 내태양계를 통과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름 100m 이상급 성간 소행성은 언제든 태양계 안쪽을 통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속도가 빠르고 어두워 망원경에 잘 걸리지 않을 뿐이다.

우주에서는 작은 천체가 큰 천체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 태양계 주 소행성대에 지름 200km 이상 체는 20여 개뿐이지만, 1km 이상은 100만 개가 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간 공간에서도 모래알 크기의 미세 입자는 무수히 많다. 일부는 이미 지구 대기권에 진입해 타고 있고, 운석 내부에서 ‘별 탄생 이전’에 만들어진 초고령 광물 입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구는 하루 100t가량 태양계 내 소행성·혜성 파편을 맞는다. 이 가운데 성간 기원을 가진 극소수를 가려내려면 낙하 궤적을 역추적하여 궤도 이심률(궤도의 찌그러진 정도)을 계산해야 한다. 태양계를 도는 천체의 이심률은 1 미만이지만, 외계에서 날아온 천체는 1보다 큰 ‘쌍곡선 궤도’를 그린다. 문제는 대기권에서 빛나는 짧은 순간을 여러 대의 관측 카메라로 동시에 포착해야 정확한 궤도를 복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북미·유럽·호주 등지에 분산된 관측망으로는 성간 기원 영상 자료가 손에 꼽힐 만큼 적다. 캐나다 전파관측소는 7년 반 동안 16만 건의 데이터에서 단 5건만 성간 후보로 올렸을 정도다. 아직 통계적 확신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기상·연구 기관이 협력해 광시야 화상 카메라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성간 운석의 화학 조성을 분석하면 다른 항성계의 행성 형성과정, 화학 환경까지 엿볼 수 있어 과학적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별에서 별로 이동한 운석 조각이 우리 행성 위로 ‘공짜 샘플’처럼 떨어지고 있는 셈이라, 이를 놓치는 것은 엄청난 기회를 흘려보내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국제 천문학계는 차세대 대형 망원경과 인공지능 탐지 체계를 통해 성간 천체 파악 속도를 높이고, 대기권에서 사라지기 전 작은 파편까지 포착하는 ‘하늘 청소기’ 구상을 추진 중이다. 머지않아 밤하늘을 스치는 한 줄기 유성에서 먼 은하의 비밀을 캐낼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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