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물질로 만든 첫 양자 비트 탄생… ‘우주가 물질로 가득한 이유’ 풀 열쇠 될까
반물질로 만든 첫 양자 비트 탄생… ‘우주가 물질로 가득한 이유’ 풀 열쇠 될까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물리학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반물질에서 양자 비트(큐비트)를 구현했다. 연구팀은 강력한 자기장에 반양성자 한 개를 가둔 뒤 스핀(자전축 방향)이 뒤집히는 속도를 1분 가까이 정밀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고전 컴퓨터 비트가 0 또는 1 중 하나의 값을 갖는 것과 달리, 반양성자 큐비트는 스핀이 ‘위·아래’ 두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이 중첩 성질이 양자 컴퓨터의 압도적 계산 능력을 가능케 한다. 새 실험은 입자 하나의 스핀을 완벽히 제어·관측한 최초 사례로, 반물질 연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핵물리연구소 빈첸초 바뇨니 박사는 “반물질이 주변 물질과 충돌해 소멸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가두는 덫(trap)을 고도화한 덕분”이라며 “공상과학 속 반물질 추진체와는 거리가 멀지만, 지구에서 구현된 가장 진보한 반물질 제어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물질·반물질 비대칭’ 미스터리 규명이다. 양성자와 반양성자의 성질은 이론적으로 같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물질이 우주에서 거의 사라진 채 물질만 남았다. 과학자들은 두 입자의 ‘자기 모멘트’(스핀 방향에 따른 자기장 세기)가 미세하게 다를 가능성을 의심해 왔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통해 양성자·반양성자의 자기 모멘트를 기존보다 25배 더 정밀하게 비교할 계획이다. 만일 차이가 확인된다면, 우주가 물질 위주로 진화한 원인을 설명할 유력 단서가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반물질 큐비트 기반 양자 컴퓨터는 기술·비용 측면에서 요원하다. 그러나 만약 물질·반물질 계산 결과에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면, 두 시스템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가 새 영역을 열 수 있다. 공동 저자인 세르노·리켄 연구소 슈테판 울머 박사는 “예상치 못한 비대칭성이 발견된다면 반물질 컴퓨팅 연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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