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우주 나이 1억~2억 년 시기에 해당하는 청자색 자외선 광원을 잇달아 포착했다. 확인되면 기존 최원거리 기록(적색편이 z=14)을 넘어 z=25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연대에선 아직 별이 태어나기엔 가스 냉각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학계는 “우주 새벽이 생각보다 훨씬 분주했다”는 가설과 함께, 별 대신 ‘원시 블랙홀’이 첫 광원을 담당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섰다.
스페인 아스트로바이올로지센터 파블로 페레스 곤살레스 연구팀은 JWST 근적외선 카메라(NIRCam) 100여 시간 노출 데이터를 분석해 8만여 개 천체 중 9개를 초고적색편이 후보로 선별했다. 이들은 모두 강한 자외선을 내뿜어 1세대 거대별의 흔적으로 추정되지만, 현재의 은하 진화 모델로는 1억 년 만에 별이 형성되기 어렵다. 이탈리아 SNS 연구진은 별이 설명하지 못하는 밝기·수량을 해결할 시나리오로 ‘원시 블랙홀 가설’을 내놨다. 빅뱅 직후 1~5초 사이 양자 요동으로 생겨난 초소형 블랙홀이 1억 년 동안 가스를 빨아들이며 태양질량 1만 배 규모로 성장, 엄청난 열·빛을 방출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측정한 광원 일부는 점처럼 작아 블랙홀 시나리오에 부합하지만, 나머지는 퍼져 있어 초기 별일 가능성도 남는다. 스펙트럼 분석과 차세대 전파·X선 관측이 진행돼야 진실이 드러날 전망이다. 만약 원시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초기 우주에 등장한 초대질량 블랙홀의 ‘씨앗’ 문제도 설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JWST가 우주론 모델을 다시 쓰게 만들고 있다”며 “곧 진행될 후속 분광 관측이 우주 첫 빛의 주인공을 가릴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