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떠오르는 초경량 원반, 대기 미지의 영역 연구 새 길 열다
햇빛에 떠오르는 초경량 원반, 대기 미지의 영역 연구 새 길 열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지구 대기권 중 50~85km 상공에 위치한 중간권은 항공기나 기상관측 기구가 닿기엔 너무 높고, 위성이 접근하기엔 너무 낮아 ‘무지권(ignorosphere)’이라 불려왔다. 이 오지 같은 영역을 탐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과학자들이 햇빛만으로 공중에 뜨는 초경량 원반 구조체를 개발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공개된 원반은 지름이 고작 1cm에 불과하다. 얇은 알루미나 세라믹 막 두 장을 미세한 지지대로 연결해 만든 구조물로, 바닥면에 빛을 흡수하는 크롬 코팅을 더해 위아래 온도 차를 만들었다. 이때 발생하는 ‘광열영동(photophoresis)’ 효과로 공기 분자가 아래쪽에서 더 큰 반발력을 얻어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힘을 발생시킨다. 쉽게 말해 작은 로켓 분사처럼 상승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원반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공기가 구조물 내부를 통과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열삼투(thermal transpiration)’ 현상이 일어나 공기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기존 연구보다 훨씬 효율적인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버드대에서 연구를 수행한 재료과학자 벤 셰이퍼는 “공기가 구조물 주위를 도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까지 통과하며 작은 제트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사실 광열영동은 19세기 말 이미 알려진 현상이다. 물리학자 윌리엄 크룩스가 고안한 ‘크룩스 복사계’가 대표적 예다. 하지만 낮은 기압에서만 작동하고 힘이 미약해 오랫동안 단순한 실험 도구로 여겨졌다. 그러나 나노 소재 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 들어 초경량 장치 제작이 가능해졌고, 이번 연구가 그 가능성을 한층 앞당긴 셈이다.

실험은 중간권의 기압과 빛 조건을 재현한 저압 챔버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원반을 햇빛 대신 레이저로 비추어 실제로 공중에 뜨는 모습을 확인했고, 지름 6cm짜리 구조물은 10mg 무게의 소형 탑재체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을 제시했다. 이는 소형 안테나나 태양광 전지, 간단한 회로 정도를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장치가 지구뿐 아니라 기압이 낮은 화성 대기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저비용으로 대기 관측이나 통신망 확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태양이 비추는 한 낮은 비용으로 지속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대기 연구와 우주 탐사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연구진은 2026년 무인 시험비행을 목표로 원반의 개량형을 준비 중이다. 셰이퍼 연구원은 “실제로 탑재체를 싣고 중간권 비행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려면 5~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재료 제작과 대량 생산이 앞으로의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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