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지난해 말 칠레 ATLAS 관측망에 의해 발견된 소행성 ‘2024 YR4’가 한때 지구 충돌 가능성으로 학계를 긴장시킨 바 있다. 직경 약 60m 크기의 이 소행성은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경우 800만 톤급 폭탄과 맞먹는 에너지를 터뜨려 지역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행히 정밀 궤도 관측 결과 지구 충돌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놀랍게도 오는 2032년 12월 22일 달과 충돌할 확률이 약 4%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문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소행성이 실제로 달에 충돌한다면 직경 약 1km 규모의 분화구가 새로 생기며, 약 1억 톤의 달 암석이 튀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은 달의 중력에 의해 다시 표면으로 떨어지겠지만, 최대 10만 톤 규모의 잔해가 지구 방향으로 흩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파편들은 35일 뒤 지구 대기에 진입해 성탄절 연휴 무렵 대규모 유성우를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모래알 크기에서 설탕 큐브 크기까지 다양한 파편들이 초당 수십 개씩 대기권에서 불타면서, 평소보다 수십수백 배 많은 별똥별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는 강력한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파편은 대기권 상공에서 소멸한다. 관측자들에게는 눈부신 불꽃쇼가 되겠지만 인류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다만, 대기권 밖에서 운용되는 인공위성은 이야기가 다르다. 연구진은 수백~수천 개의 모래알 크기 파편이 위성에 충돌할 수 있으며, 일부는 실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센티미터급 큰 파편이 위성을 직접 타격할 확률은 10% 미만으로 낮게 추정된다.
현재로서는 궤도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달 충돌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연구진은 2028년 소행성이 지구 근처를 다시 통과할 때 추가 관측이 이루어지면 궤도 예측이 한층 정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문학자들은 “만약 실제로 달에 충돌한다면 인류는 역사상 가장 장관인 우주 불꽃쇼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위성 피해 가능성을 고려하면 차라리 빗겨 가는 것이 더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2032년 소행성 2024 YR4의 운명은 아직 미정이지만, 이번 사례는 지구뿐 아니라 달을 향한 충돌체 관리 필요성까지 보여주며 향후 행성방위 논의에 새로운 화두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