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초대형 로켓 ‘스타십’의 10번째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 차례의 시도는 연이어 폭발로 끝나며 우주 산업계 안팎의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타십은 120m에 달하는 초대형 2단 로켓으로, 달 복귀와 화성 유인 탐사 등 스페이스X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대형 계획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에만 네 차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1월과 3월에는 1단 추진체는 회수에 성공했지만, 상단부는 추락하며 파손됐다. 5월에는 추진체가 착수 직전 폭발했고, 상단부 역시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산산조각났다. 이어 6월에는 연료 주입 시험 도중 상단부가 발사대에서 폭발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스페이스X는 오는 일요일 저녁 미국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기지에서 또다시 도전을 이어간다. 회사 측은 “흥분은 보장된다”며 발사 성공을 자신했지만, 전문가들은 “우주 개발이 그만큼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스타십은 단순한 거대 로켓이 아니다. NASA의 달 유인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 투입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화성 거주와 자원 활용까지 염두에 둔 설계다. 특히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라는 새로운 조합의 연료를 사용해 ‘재사용 가능한 대형 우주선’을 목표로 한다. 이 연료는 추력 효율이 높고, 이론적으로는 화성의 이산화탄소와 얼음에서 합성할 수 있어 현지 자원 활용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하지만 이 같은 실험적 접근은 연이어 문제를 낳았다. 최근 세 차례의 실패는 모두 연료 시스템의 누출과 화재, 폭발과 관련 있었다. 초저온 상태에서 액체로 유지되는 메탄과 산소는 극도로 취급이 까다롭고, 급격한 온도 변화 과정에서 설계상의 미세한 결함도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전문가들은 스타십의 ‘초경량 설계’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페이스X는 건조 질량과 연료 질량의 비율을 0.05까지 낮추려 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로켓 설계 기준(약 0.1)의 절반 수준이다. 한 항공우주공학자는 “로켓 방정식이 말해주듯, 연료를 많이 실으려면 구조물은 그만큼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경량화는 하드웨어가 스스로 진동하며 파손되는 위험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불안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가능성을 높게 본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조너선 맥도웰은 “스타십은 지금까지 개발된 로켓 중 가장 큰 재사용 로켓”이라며 “이 정도 규모의 비행체를 반복 발사하는 것은 어느 기업에게나 어려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스타십이 이번 시험에서 또다시 폭발할지, 아니면 본격적인 궤도 진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지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이 도전 자체가 미래 우주 산업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