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가장 유망한 곳 중 일부는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에게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근적외선 행성 탐색기(NIRPS)’라는 혁신적 장비가 가동되면서, 지구와 닮은 행성이 적색왜성 주변에 존재하는지를 밝히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적색왜성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흔한 별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크기는 작고 어둡지만, 수십조 년 이상 천천히 연소하며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계 생명체 탐사에 최적의 후보로 꼽힌다. 다만 빛이 약하고 주로 적외선 파장에서 방출되기 때문에 관측 자체가 까다롭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제 NIRPS는 적색왜성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그 곁을 도는 작은 행성의 존재를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이 장비가 “근적외선 영역에서 1초에 1미터 이하 수준의 속도 변화까지 측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천체가 공원 산책 속도로 움직이는 것조차 잡아낼 만큼 정밀한 수준이다.
NIRPS는 최근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센타우리’를 관측한 첫 성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별의 생명체 거주 가능 구역에 위치한 ‘프록시마 b’ 행성과, 지구 질량의 3분의 1에 불과한 초소형 행성 ‘프록시마 d’를 확인했다. 반면 과거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던 또 다른 후보 행성 ‘프록시마 c’는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했다기보다 기존 논란을 정리한 성격이 강하지만, 근적외선 기반 정밀 측정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내 적색왜성 다섯 개 중 하나가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을 품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때문에 NIRPS는 앞으로 수많은 별을 대상으로 지구형 행성 탐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NIRPS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라 시야 천문대에 설치된 기존 장비 ‘HARPS’와 함께 운영된다. HARPS는 20여 년간 광학 영역에서 행성 탐색에 활용돼 왔으며, NIRPS의 적외선 관측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해 별의 자기 활동 등으로 생긴 ‘가짜 신호’를 걸러내는 데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적색왜성 연구의 황금기”라며 “NIRPS 같은 정밀 장비는 인류가 지구와 닮은 또 다른 세계를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