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양자컴퓨터 개발의 핵심 장애물을 풀 단서가 의외의 수학 이론에서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기존에 물리학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수학적 개념을 토대로 ‘보편적 위상학적 양자컴퓨터’ 실현 가능성을 제시했다.
양자컴퓨터는 고전 컴퓨터와 달리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압도적인 연산 속도를 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가 외부 환경에 쉽게 교란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큐비트를 여러 입자의 배치 형태로 저장하는 위상학적 큐비트가 제안됐지만, 실제 구현이 어려워 그동안 연구자들의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기존 수학 이론에서 간과돼온 개념을 토대로 ‘네글렉톤’이라 불리는 가상의 입자를 도입했다. 이 입자를 활용하면 위상학적 큐비트가 실험적으로 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나아가 범용 양자컴퓨터로 발전할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상학적 큐비트의 장점은 단일 입자의 상태가 아니라 여러 입자의 전체적 배열에 정보를 담는 데 있다. 머리를 땋은 모양이 사람의 움직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 것처럼, 배열 자체가 정보를 안정적으로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원리가 ‘애니온 꼬기’다. 애니온은 양자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준입자 현상으로, 서로 교환되는 순서에 따라 시스템 전체 상태가 달라진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면 꼬기의 순서가 논리 연산을 수행하는 게이트 역할을 하며, 양자 연산의 기반이 된다. 현재 가장 유력한 애니온인 ‘아이징 애니온’은 실제 시스템에서 양자컴퓨터 구현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꼽히지만, 단독으로는 보편성을 갖추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통해 그 한계를 보완하고, 모든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양자컴퓨터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여전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이번 연구가 제시한 새로운 수학적 접근법은 기술 혁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