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팽창 비밀 풀 열쇠, 우리 ‘우주 이웃’에 있다
우주 팽창 비밀 풀 열쇠, 우리 ‘우주 이웃’에 있다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현대 우주론은 빅뱅 직후의 빛을 관측하고 수천만 개의 은하를 한 번에 기록할 만큼 발전했지만, 정작 우리 가까운 ‘우주 이웃’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 최근 암흑에너지 연구 결과와 함께 ‘국소 우주’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4년 4월, 다크 에너지 분광기(DESI) 협력팀은 1,300만 개 이상의 은하를 관측한 자료를 공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초기 분석에서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화될 수 있다는 신호가 포착된 것이다. 암흑에너지는 우주가 가속 팽창하는 원인으로 알려져 왔지만, 만약 이 힘이 약해지고 있다면 현재의 우주론 모델은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하다.

우주론자들이 수년간 씨름해온 대표적 난제는 ‘허블 장력’이다. 가까운 은하들로부터 계산한 우주 팽창 속도와, 초기 우주 관측을 통해 추정한 수치가 서로 맞지 않는 현상이다. 이번 DESI 연구 결과는 이 문제를 설명하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지만, 여전히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 우주 공간을 정밀하게 지도화하는 작업은 어렵다. 모든 은하를 빠짐없이 포착해야 하지만, 지금까지의 관측은 깊이·범위·완전성 가운데 두 가지 정도만 충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2013년 연구진은 ‘국소 공허(KBC 공허)’라는 거대한 빈 공간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약 20억 광년에 걸친 밀도 저하 지역으로, 평균보다 10~20% 가량 은하가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 지역의 은하들은 주변 고밀도 영역의 중력 영향을 받아 팽창 속도가 왜곡돼 보일 수 있으며, 허블 장력 문제 해결에도 실마리를 줄 수 있다.

DESI 발표 직후 영국 포츠머스대 인드라닐 바닉 박사와 세인트앤드루스대 바실레오스 칼라이트지디스 박사는 국소 공허를 이번 관측 결과 해석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우리가 당연시하는 전제가 잘못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주의 본질을 밝히는 열쇠가 멀리 있는 은하가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 펼쳐진 우주 구조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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