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tvN STORY ‘각집부부’에 각각 서울과 제주에 살고 있는 배우 문소리·감독 장준환 부부에 이어 결혼 20년 차, 각집 생활 2년 차에 접어든 가수 김정민·일본인 루미코 부부가 두 번째 주인공으로 나섰다. 한국과 일본, 약 560km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달라도 너무 달랐던 두 사람의 하루를 서로 관찰하며 몰랐던 현실에 경악하기도 했지만, 떨어져서 더 애틋해진 가족애를 확인했다.
서로의 기억이 매우 다른 김정민과 루미코의 러브 스토리가 공개됐다. 루미코는 장을 보던 중 가수 박혜경의 연락을 받고 갔다가 장바구니를 든 채 김정민과 소개팅을 하게 됐다. 그 후 이틀 뒤 함께 떠난 여행에서 계획에 없던(?) 1박을 하게 됐다고. 이를 두고 김정민은 운명을, 루미코는 작전이라고 외쳤다.
그럼에도 이 여행을 계기로 신뢰가 싹트며, 이후 모든 게 초고속으로 진행됐다. 첫 만남 45일 만에 혼인 신고를 했고, 142일 만에 결혼식을 올린 것. 그리고 세 아들의 부모가 된 부부는 현재 장남과 차남의 축구 유학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서 각집 생활을 하고 있다.
루미코는 “현모양처가 꿈이라 남편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집안일을 다 해 줬다. 그래서 혼자 설거지도 하고 밥도 잘 챙겨 먹는지 궁금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김정민의 살림살이는 경악 그 자체였다. 하루에 15잔은 기본이라는 설탕 커피를 저은 젓가락을 물로만 씻는 ‘고급 손기술’, 소파-식탁-침대까지 청소기 하나로 해결하는 ‘올인원 청소법’, 냄새로 세탁기행 여부를 가리는 ‘후각 세탁법’, 일주일 전 사온 반찬통에 새 반찬을 쏟아붓고 곰팡이까지 숙성시킨 ‘반찬 관리법’까지 너무나도 인간적인 김정민표 살림법은 루미코의 잔소리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오죽하면 나눔 천사 문소리까지 나서 “저랑 남사친 하실게요”라고 제안했다.
살림은 허술해도 김정민의 하루는 가족 생각으로 꽉 차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가족 단톡방에 안부 메시지를 남기고, 답장을 기다리며, 하루에도 몇 차례씩 휴대폰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된 것. 집안일을 마칠 때마다 보고하고, 푸시 업 350개, 스쿼트 700개, 실내 사이클 30분의 운동을 끝내고 인증 사진까지 남기고는 가족 대화방만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그의 일상은 짠내로 가득했다. 게다가 아들들의 과거 영상을 돌려보며 눈가가 촉촉해지자, MC들은 “본업은 테토남인데, 현실은 에겐남”이라고 놀렸다.
일본 사가에서 세 아들을 홀로 돌보는 루미코는 눈 뜨는 순간부터 쉴 틈 없는 ‘퀘스트 무덤’에 파묻혔다. 막내와 아침을 준비하자마자, 기숙사 생활을 하는 두 아들의 심부름을 해결하고, 축구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경기를 보는 순간에는 둘째가 부상을 당해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럼에도 시작 5분만에 더위를 먹었다는 아들에게 “상대도 마찬가지다. 이겨 내야 한다”라고 용기를 북돋우기도.
루미코는 막내를 학원에 데려다준 후 기숙사로 돌아가 두 아들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다시 수업이 끝난 막내를 픽업하러 이동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하루에만 120km를 이동했다. 서울에서 춘천을 오가는 거리와 맞먹는 ‘슈퍼맘 루틴’이었다. 그 와중에도 지역 특산물 특화 마트에 들러 보양식 거리를 잔뜩 사고, 등갈비 김치찜과 각종 해산물 요리를 푸짐하게 차려 냈지만, 세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본인은 밥 한 숟갈 뜰 틈조차 없었다.
김정민은 비로소 왜 아내가 자신의 메시지 폭탄에 답할 수 없었는지 이해했고, “힘들었겠네”라며 감동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