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파인 = 이상원 기자] 약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충돌해 새로운 중력이 파동을 지구로 보내왔다. 이 신호는 2025년 1월 미국의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에서 포착되었으며, 지금까지 가장 정밀한 중력파 관측으로 평가된다.
이번 관측은 1971년 스티븐 호킹 박사가 제시한 ‘블랙홀의 면적 정리’를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이 정리는 블랙홀의 질량이 증가하면 사건의 지평선 면적이 줄지 않고 반드시 커진다는 이론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했다.
충돌에 참여한 블랙홀은 각각 태양 질량의 33배와 32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천체였다. 이들이 합쳐진 뒤 새로운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2배에 달하는 크기로 성장했다. 표면적 역시 기존 두 블랙홀이 합쳐진 약 24만㎢에서 40만㎢ 규모로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크기와 비슷하다. LIGO가 감지한 신호 ‘GW250114’는 블랙홀의 초기 상태와 최종 상태를 정확히 비교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를 통해 호킹의 예측이 수치적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이 마치 ‘엔트로피’처럼 작동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엔트로피는 결코 줄어들지 않고 증가만 한다는 열역학의 법칙과 동일한 원리라는 것이다. 결국 두 블랙홀이 합쳐질 경우 최종 블랙홀의 표면적은 반드시 이전보다 커진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번 관측은 또 다른 흥미로운 이론, ‘노 헤어 정리’도 뒷받침했다. 이는 블랙홀이 질량과 회전 속도, 단 두 가지 값으로만 설명된다는 개념이다. 즉, 어떤 물질이 빨려 들어갔는지에 대한 모든 정보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외부에서는 오직 두 값으로만 블랙홀을 규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공동 저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카테리나 차치오아누 박사는 “이번 신호를 통해 블랙홀의 본질적 특성이 실제로 두 가지 수치로만 표현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관측된 신호는 최종 블랙홀이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예측한 ‘커 블랙홀(회전하는 블랙홀)’의 형태와 정확히 일치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캘리포니아대 샌타크루즈의 에드거 샤굴리안 박사는 “이 결과는 최종적으로 형성된 천체가 진정한 의미의 블랙홀임을 확인해준다”며 “일부 이론에서 제안했던 블랙홀 유사 천체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성과는 블랙홀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며, 인류가 우주의 극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